헬리코박터균, 가족력·위궤양 없다면 ‘제균 치료’ 불필요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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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이 남아 있는지를 검사하는 요소호기검사 모습. 아래 작은 사진은 헬리코박터균.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호흡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이 남아 있는지를 검사하는 요소호기검사 모습. 아래 작은 사진은 헬리코박터균.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속에 있는 균이다. 위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위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암 뿐만 아니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염 같은 다양한 소화기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꼭 치료해야 하나

무차별적 제균 치료 땐 부작용 발생

항생제 내성 생겨 치료율 점차 감소

조기 위암 수술 환자·위궤양 있을 땐

항생제·위산억제제 1~2주간 복용을


■헬리코박터균 감염 증상과 치료

헬리코박터균에 처음 감염되면 일시적으로 복부팽만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등의 위장관 증상을 유발한다. 하지만 균이 위장에서 서식에 성공하면 대부분 증상이 없어진다.

헬리코박터균은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항균제를 포함해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만 균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라고 해서 모두가 위암이나 위궤양 등의 위중한 경과를 밟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균이 있다고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신대복음병원 소화기내과 박무인 교수는 “만성위염이 있는 경우에 위암의 가족력이나 위궤양이 동반되지 않으면 굳이 제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감염자 중 적절한 치료 대상군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무차별적으로 제균 치료를 진행하면 직간접적인 부작용도 많다. 우선 균을 없애기 위해 먹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증가할 위험이 높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약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율도 점차 낮아진다. 실제로 헬리코박터 제균 성공률이 과거에는 85%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8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역시 항생제 내성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항생제를 복용하는 과정에 설사, 입맛 저하, 구토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울러 독성 간염과 신장기능 부전이 드물게 일어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 제균 치료하나

헬리코박터균은 적어도 5만여 년 전 아프리카로부터 전파되면서 사람과 함께 진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감염돼 있고 10~15%에서 심한 위질환을 유발한다. 우리나라도 성인 인구의 절반 가량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감염률은 1998년 67%에서 2017년 44%로 감소세를 보이지만 30% 이하인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여전히 높다.

위염 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면 위암 발병률이 3~5배 높아진다. 또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2013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회에서 개정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화성궤양 환자, 변연부 B세포 림프종 환자, 조기위암 환자가 위암치료를 받은 후에는 제균 치료를 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항생제를 투여해 반드시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라는 의미다.

반면에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있는 환자인 경우는 제균 치료를 해야 하느냐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의사에 따라서 또 나라별로도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무인 교수는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생피화생을 동반하고 있는 젊은 환자는 제균 치료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경우에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본인 부담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위암 예방을 위해 모든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잡고 있다. 소화불량증 환자에게도 제균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고신대복음병원 권혜정 교수는 “일본은 아주 공격적으로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대응하고 있지만 보수적으로 치료하는 나라도 많다. 나라마다 가이드라인에 차이가 있지만 제균 성공률이 떨어지는 추세는 비슷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있는 경우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위암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020년도에 발표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임상진료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에서 제균 치료를 권고하기에는 확실한 근거나 전문가 합의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축적된 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단 및 치료 방법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될 경우 소화성 궤양 발생 확률이 6~10배 높아진다. 특히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 이상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될 정도로 연관성이 크다. 위장 점막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산의 분비를 늘려 위와 십이지장의 방어막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균 진단에는 위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 요소호기검사, 대변항원검사 등의 방법이 있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균일하게 퍼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균이 없는 곳의 조직을 검사하면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요소호기검사나 항체검사, 소변·대변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날숨 속의 요소 성분을 체크해서 헬리코박터균의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요소호기검사다.

치료는 3가지 약제를 사용하는 삼제요법이 표준이다.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와 강력한 위산억제제를 병행해 1~2주간 복용하는 방법이다. 제균 여부에 따라 2차 치료를 시작해 볼 수 있다.

처방된 약은 스케줄에 맞춰 제때 복용해야 한다. 복용 중에 임의로 중단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복용 중에 설사나 복통, 오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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