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롯데 어쩌면 BNK, 이들의 우승 조건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천영철 스포츠부장

고교 유망주였던 A. 원하던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일관하던 A는 2군으로 추락, 지금은 거의 잊혀진 선수가 됐다. A는 2군 경기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에 자주 사로잡힌다.

팀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낸 B. 덕분에 자유계약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 돈을 벌더니 열의를 잃었다고 비난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B는 출전하는 것이 두렵다. 은퇴를 해야 하나, 고민은 깊어진다.


‘마음 건강 최우선’ 영입·방출해야

상시적 심리 상담 ‘마음 근육’ 관리

낡은 멘탈 코칭·소통방식 결별해야

경기 운영 안정화·우승 기대할 수도


팀의 막내인 C. 요즘 감독과 선배들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난다. 경기나 훈련 중 C가 듣는 말은 모두 강압적이고 명령조다. 누구도 C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도 없다. C의 우울은 깊어진다. C는 섬에 갇힌 기분이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각 구단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부진했던 선수는 방출한다. 좋은 팀을 꾸리기 위한 각 구단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를 곁눈질할 때마다 드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구단의 선수 관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의문은 어떤 기준으로 새 식구를 영입하고, 잔류 선수를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영입 대상 선수와 구단, 스카우터의 사전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생활기록부 등 개인 신상 자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전 동의를 받아야만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 동의를 받으려 선수측과 접촉하면 사전접촉에 해당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각 구단은 해당 선수의 경기 데이터에 의존해 영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일부 구단은 우회적으로 ‘평판 조회’를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선수의 비행 전력이나 내면 심리 상태를 모른 채 영입하는 일들이 악순환되는 이유다. 이런 후유증으로 지난해 8월 NC 다이노스는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고교 유망주를 1차 지명했으나 학교 폭력 전력 때문에 지명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두산 베어스의 22세 유망주 2명의 도박 파문도 있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인성을 넘어 마음까지 건강한 선수를 선택하는 ‘시스템 노하우’가 절실하다.

또 다른 의문은 구단들이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이다. 야구와 농구 등 단체 스포츠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한 해, 두 해만 전력질주하는 근시안적인 선수단 운영으로는 도약은커녕 추락이 불가피하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토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프로농구 부산 BNK 썸과 kt 소닉붐은 물론 국내 대다수 구단들은 선수 기량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육체적인 기량을 높이고 팀 전술을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심리 코칭, 즉 ‘마음 근육 키우기’이다. 우울한 선수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듯이 안정적인 실력은 안정적인 심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수 개인 심리, 팀 전체의 단체 심리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 관리와 지원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영입과 퇴출 때도 당연히 심리 건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롯데의 지난 경기들을 곱씹어보면 ‘들쭉날쭉’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잘할 땐 너무 잘하고, 못 할 땐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온탕과 냉탕을 너무 많이 넘나든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BNK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와르르’ 소리가 들린다. 접전을 벌이던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기 일쑤다.

왜 이런 것일까. 기량보다는 심리 관리가 언제나 우선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사례로 든 A, B, C 선수도 결국은 기량 부족이 아니라 심리 문제 때문에 선수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A, B, C가 구단의 체계적인 심리 지원을 받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특히 롯데와 BNK는 구단만의 차별화된 HR(인적자원) 심리 관리·개발 방안을 수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신규 영입 선수들이 적응 불안 등 심리 문제를 겪지 않도록 적극 도와주는 선진화된 온보딩(On-Boarding) 시스템도 확대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국내 각 구단 선수들은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이거나 Z세대에 포함된다.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후기 가치관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강철같은 의지, 도전정신 등을 읊조리는 낡은 ‘스포츠 멘탈 코칭’은 스트레스만 키울 뿐이다. 롯데가 마지막 우승을 한 1992년 이후 29년이 흘렀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면 기존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해야 한다. 롯데와 BNK가 ‘마음 근육’을 타 구단보다 효율적으로 키울 방법을 찾는다면 틀림없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cyc@busan.com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