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감사 청구했더니 돌고 돌아 구청서 “문제 없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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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구청 건물 전경 부산동구청 건물 전경

‘구청창이 인사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것 같다’며 감사를 청구했더니 행정안전부는 부산시로, 부산시는 해당 구청으로 감사를 미루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소속 구청장을 감사한 구청 직원은 민원인에게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냈다.

최근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에 제기된 인사평정 개입 의혹 등 감사(부산일보 지난해 12월 11일 자 8면 보도)를 상급기관이 아닌 구청 직원이 직접 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감사 제도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 동구청장 ‘인사개입’ 의혹

행안부→부산시→동구청 이첩

“관련 부서가 잘 안다” 떠넘겨


18일 동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이달 초 최 청장을 감사한 뒤 민원인에게 ‘문제없다’고 답했다. 구청장의 감사 요청 내용을 담은 민원은 행안부에 접수됐지만, 행안부는 이를 부산시에 이첩했고, 부산시는 다시 이를 동구청으로 보냈다. 상급 기관에 감사 요청이 청구됐지만, 정작 구청 소속 직원이 구청장을 조사한 셈이다. 민원인은 동구의회 배인한 의원이다.

구청 감사실이 구청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항은 △인사행정에 대한 구청장 개입 의혹 △동구신문 의정활동 미게재 조례 위반 등 2건이다. 배 의원은 지난달 초 구청 간부의 내부 고발을 바탕으로 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구청장을 질타했다. 최 청장이 국장이 작성한 직원 평정을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근무평정을 손질했다는 것이다. 이후 배포된 동구신문 의정활동 지면에서 배 의원의 발언 내용이 빠졌다. 배 의원은 구보 조례상 구민 알권리가 침해당했다며 구청장이 인사평정 의혹과 조례 문제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청장은 “인사 개입은 잘못된 사실이다. 동구신문 편집권은 구청에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배 의원은 지난달 22일 행안부에 구청장 감사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민원건은 이후 행안부에서 부산시로, 부산시를 거쳐 동구청으로 다시 내려왔다. 구청장 감사를 벌인 구청은 이달 초 ‘인사 부서의 의견에 따라 구청장의 인사행정 개입 소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배인한 의원은 “조사의 기본 원칙은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3자가 하는 것인데, 구청 소속 직원이 기관장인 구청장을 감사하는 게 말이 되냐”며 “시민이 민원을 넣어도 이런 식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동구청장 감사 민원을 동구청으로 넘긴 부산시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전승호 조사담당관은 “동구청 사안이다 보니 동구 관련 부서가 내용을 잘 알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에도 다른 행정기관 사안은 그 소관 기관으로 이송하게 되어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동구청은 인사평정 문제를 제기한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감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현우 동구청 기획감사실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일차적으로는 위법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감찰을 통해 정확한 사실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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