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예비148번이 합격… 학령인구 쇼크, 전문대학 패닉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탁경륜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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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20년 12월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거리가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사진은 2020년 12월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거리가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김지훈(22·가명) 씨는 지난해 11월 부산 A 전문대 체육 관련 학과 수시에 지원했다. 야구 선수가 꿈이었던 김 씨는 A 대학에 입학한 뒤 야구부에 들어가려 했다. 아쉽게도 그의 대기 번호가 148번이었기에 합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씨는 차선책으로 양산의 B 전문 대학에 정시 전형으로 지원해 야구부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는 해당 대학 야구부의 유니폼까지 맞추고 동계 훈련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김 씨가 A 전문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알고 보니 A 전문 대학의 수시 예비 147번 학생까지 등록을 하지 않았다. 졸지에 김 씨는 수시 합격자가 되면서 정시 지원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A 전문 대학 야구부는 이미 정원이 차버려 야구 선수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지가 돼 버렸다. 김 씨의 아버지는 “예비 140번대 학생이 입학했다는 건 상식 밖이다”면서 “이 정도로 지역 전문 대학의 인원 충원이 어려운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올해 입시 경쟁률 대폭 하락

부산 ‘빅3’도 정시 2 대 1 미만

보건 관련 학과는 강세 양극화

각 대학 ‘학생 모시기’ 비상


학령인구 감소 불똥이 부산의 전문 대학에도 옮겨붙었다. 올해 전문 대학의 수시 등록률은 물론 정시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역 4년제 대학의 경쟁률도 매우 저조(부산일보 1월 13일 자 1면 등 보도)하다 보니 전문 대학 지원자들이 4년제 대학으로 대거 이동할 개연성도 높아져 신입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김 씨의 사례에서 보듯 부산의 학령인구 감소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부산의 전문 대학 수시 모집 등록률, 정시 모집 경쟁률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부산의 8개 전문 대학이 18일 2021학년도 정시 모집을 마감한 결과 3614명 모집에 475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1.3 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 3.01 대 1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부산의 ‘전문 대학 빅 3’인 경남정보대와 동의과학대, 부산과학기술대도 경쟁률이 낮았다. 경남정보대는 올해 676명 모집에 1057명 지원해서 1.56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 4.76 대 1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동의과학대는 지난해 경쟁률 4.15 대 1이었지만, 올해 1.1 대 1로 내려앉았다. 부산과학기술대 역시 지난해 경쟁률 2.3 대 1에서 올해 1.97 대 1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저조한 경쟁률 속에 학과별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취업이 잘 되는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등 보건 계열 학과의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경남정보대 간호학과의 경쟁률은 거의 100 대 1 수준이고, 동의과학대 물리치료과는 4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나머지 학과의 미달 속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전문 대학 지원자들이 4년제 대학에 중복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쟁률이 5 대 1 이상은 돼야 정원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다. 올해는 지역 4년제 대학 역시 경쟁률이 매우 떨어져 전문 대학 지원자 빼내기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의 한 전문 대학 관계자는 “미용과처럼 4년제 대학에 없는 학과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공학 계열 등 4년제 대학에도 있는 학과로 전문 대학 지원자들이 대거 옮겨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 대학들도 이 같은 사태를 예상하고 신입생 유치를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다. 일부 교수는 부산의 고교 3학년 담임 교사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해 교사에게 연락하는 ‘세일즈 활동’도 벌였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부산의 한 고교 교사는 “최근 알고 있는 전문 대학 교수에게 학교 고3 담임들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도 “이미 4년제 대학 수시와 정시 합격자가 많아 전문 대학 정시에 지원한 학생은 학교마다 한두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황석하·곽진석·탁경륜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탁경륜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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