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듯… 세계로교회 대면 예배 풀어 준 강서구청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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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야외 잔디밭에서 강행된 대면 예배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1월 17일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야외 잔디밭에서 강행된 대면 예배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방역 당국의 고발과 시설폐쇄 조치를 무시하며 수백 명 규모의 대면 예배를 강행해 온 부산 세계로장로교회(이하 세계로교회)가 부산 강서구청의 시설폐쇄 명령 해제로 예배를 재개했다. 교회가 야외 대면 예배 강행으로 감염병 예방법을 어긴 지 이틀만에 구청이 시설폐쇄 명령을 해제해 스스로 공권력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설폐쇄 명령을 받았던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는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시설폐쇄 조치가 해제됐다. 이로써 세계로교회는 약 850명 인원까지 대면 예배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좌석 수 10% 이내 인원까지 예배를 허용하기로 했다.


대면 예배 강행 물의 빚은 교회

법원도 “시설폐쇄 마땅” 판단

정부 방역수칙 완화하자마자

구청 아무런 제약 없이 폐쇄 풀어




세계로교회는 시설 폐쇄가 해제된 당일 새벽 곧바로 대면 예배를 재개했다. 19일 새벽 기도회에서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오늘부터 다시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정부가 비과학적인 방역 수칙을 강요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로교회는 방역당국의 고발, 운영중단, 시설폐쇄 명령을 모두 무시한 채 대면 예배를 강행했지만 지자체는 제대로 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세계로교회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모든 종교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을 때도 대면 예배를 진행하다 적발돼 6차례 고발당했다. 이후 세계로교회는 이달 10일 또다시 1000명이 넘는 교인을 모아 대면 예배를 했고, 지난 11일 0시부터 열흘 간 운영중단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로교회는 같은 날 교인 200여 명을 모아 대면 예배를 진행했고, 결국 지난 12일 0시부터 세계로교회는 무기한 시설폐쇄 조치를 당했다. 한술 더 뜬 세계로교회는 아예 건물 내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야외 잔디밭에서 200여 명을 모아 대면 예배를 진행했다.

세계로교회는 대면 예배를 강행할 뿐 아니라 지자체의 시설폐쇄 명령에 반발하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박민수)는 지난 15일 이를 기각하면서 “예배의 장소나 방식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까지 지자체의 시설폐쇄의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정작 시설폐쇄 명령을 내린 부산 강서구청은 세계로교회가 야외 대면 예배를 강행한 다음 날 오후 시설폐쇄 해제를 결정했다.

이같은 강서구청의 시설폐쇄 해제 결정에 시민들의 불만이 들끓는다. 세계로교회 인근 강서구 송정동 주민 박 모(68) 씨는 “저렇게나 방역 수칙을 어기며 대면 예배를 했는데도 고작 일주일 만에 폐쇄 조치가 풀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강서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강 모(29) 씨도 “세계로교회는 방역당국의 명령에 전혀 따르지 않고 대면예배를 반복했는데도 아무런 제재 없이 예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구청은 ‘정부가 방역수칙을 완화했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지난 18일부터 전국적으로 좌석의 10% 이내 인원은 예배가 가능해졌는데 굳이 시설 폐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이후 세계로교회가 대면 예배를 진행하면서 방역 수칙을 또다시 어긴다면 그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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