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당 233명 확진… K방역 힘 못 쓴 ‘초과밀 서울’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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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발생 1년

서울의 인구밀도(명/k㎡)는 1만 6000명으로, 부산 4400명의 4배에 가깝고 전국 평균 500명의 30배 수준이다. 인구 초과밀 도시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많은 눈이 내린 1월 12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승강장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인구밀도(명/k㎡)는 1만 6000명으로, 부산 4400명의 4배에 가깝고 전국 평균 500명의 30배 수준이다. 인구 초과밀 도시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많은 눈이 내린 1월 12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승강장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수도권에서 하루 몇백 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것을 두고 단순히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감염자도 많은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감염률은 도시의 인구에 비례하지 않고, 특정 시점을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인구 분산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감염병 유행 때마다 수도권에 과밀화에 따른 감염병 유행으로 국민 전체가 상당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적 확진자도 2만 2700명 넘어

서울 인구밀도 전국 평균 30배

수도권 방역 붕괴로 전국 확산

메르스 등 감염병 주기적 유행

코로나19 이후 새 감염병 우려


■코로나가 입증한 초과밀 위험

지난 10일 0시 기준으로 1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나타내는 감염률 1위 도시는 대구다. 감염률 335.56(누적 확진자 8176명)이다. 뒤이어 서울 233.39(2만 2717명), 경기 138.7(1만 8378명), 인천 121.1(3580명) 순이다. 부산은 71.57(2444명)로 17개 광역권 중 11번째를 기록했다. 대구의 감염률이 높은 것은 돌발상황 탓이다. 인구수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지난해 2월 신천지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여파가 크다. 당시엔 국내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이 미비된 상태여서 확진자 폭증을 제어하지 못했다.

반면 서울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확산세가 유지된다. 대구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유행이 발생했다면, 서울 등 수도권은 역량을 집중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게 근본적인 차이다. 신천지발 1차 대유행 이후 일명 K방역 시스템이 정착된 뒤에도 서울은 꾸준히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하반기부터 이태원 클럽과 8·15 집회 등으로 2차 대유행의 발발지가 됐다. 서울에서 시작된 2차 대유행은 경기도와 인천은 물론 전국으로 n차 감염을 폭증시켰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3차 대유행도 수도권이 주도한다. 서울에서만 하루 5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기존 방역 시스템으로도 확산세 저지가 안 되자, 방역당국은 수도권 중심으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실시하는 등 대응력을 높였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과 인구 과밀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2개월이 넘도록 대유행이 이어진다.


■인구 밀도가 더 큰 변수

초과밀의 거대도시인 서울과 주변 수도권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건 방역 전문가들에겐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코로나19 초기부터 방역 당국도 수시로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2,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수도권의 감염병 취약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는 게 확인됐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연구팀이 ‘환경 연구와 공중보건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에 인구 밀도의 영향력은 13%인 반면 날씨 영향력은 3% 내외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구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구 밀도(명/k㎡)당 1400명보다 높을 때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서울의 인구밀도(명/k㎡)는 1만 6000명 수준으로 전국 평균 500명의 30배 이상이다. 적정 수준의 밀도를 유지한다면 도시는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서울은 적정 수준을 이미 오래 전에 넘어서 있다. 부산의 인구밀도는 4400명 수준이다.


■포스트 코로나, 수도권 리스크 여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감염병의 위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감염병의 유행 주기가 더 짧아져 팬데믹 사태가 더 빈번해지며,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

2002년 사스를 시작으로 3~7년을 주기로, 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19 등의 호흡기 질환 감염병이 유행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들 감염병 유행 주기가 더 짧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와 대륙 간 인적 교류가 나날이 활발해지다 보니, 특정 지역의 유행병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제3세계의 개발사업이 왕성해지면서 야생 생태계와 접촉이 잦아져 새로운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 중 코로나19처럼 높은 전파력과 위협적인 치사율을 지닌 전염병이 있을 경우 현재로선 ‘2020년의 대한민국’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동원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0%에 근접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가항력적인 감염이 이어지며 위기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동아대 손현진 예방의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결국 지역 사회로 퍼져 나가 국가 전체에 영향을 줬다”며 “수도권 상황이 워낙에 급박하다 보니 방역 행정이나 인프라 조성이 수도권 중심으로 짜이는 불균형도 초래된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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