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학·부산정신 일깨운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굽어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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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학의 선구자들인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왼쪽부터). 이들이 일궈놓은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과제다. 부산일보DB 부산학의 선구자들인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왼쪽부터). 이들이 일궈놓은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과제다. 부산일보DB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센터장 오재환)는 시민총서 <부산학의 선구자들>을 출간했다.

5명의 부산학 선구자들인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에 대한 각 64~74쪽의 약식 평전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글쓴이는 순서대로 차용범(언론인) 박명흠(전 부산외대 교수) 김은영(부산일보 논설위원) 한태문(부산대 교수) 박창희(언론인) 씨다. 그 전은 물론이고 1990년대 중반 ‘부산학’이 용어로 등장한 이후 부산학 선구자들을 집중 조명한 책은 처음이다. 부산학이 전진하면서 부산학을 궁구한 선구자들을 조명하는 데까지 이른 셈이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부산학의 선구자들’ 출간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 5명 조명

“지역 정체성 계승 발전이 과제”


<부산학의 선구자들> 표지 <부산학의 선구자들> 표지

책 내용에 따르면 박원표(1910~1986)는 금융계 인사로 부산 향토사 연구를 처음 개척한 선구자다. 부산제2상업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은행집회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향토사를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토는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도 기록한 것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기록하고 써야 한다는 거였다. 그가 향토사에 매진한 것은 국권을 강탈당한 1910년생의 한 때문이었다. 비애가 깊은 만큼 기억 속에서 사라질 부산 옛 모습과 사람의 흔적을 기록해야 한다는 거였다.

최해군(1926~2015)은 부산 향토사 연구를 집대성한 소설가이자 시민운동가였다. 그의 집대성은 부산사에 대한 관심을 넓게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계몽주의적이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부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초인적 노력이 담긴 다작의 부산 향토사를 쓴 ‘부산 르네상스인’으로 특히 부산 탐구를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김대상(1930~2020)은 1960년대 부산 뿌리 찾기 작업에 참여한 뒤 부산학에 노둣돌을 놓은 언론인이자 재야 사학자였다. 그의 부친은 1919년 ‘양산 신평 만세운동’을 주도했으며 해방 직후 혼란기에 돌아가셨다. 부친을 앗아간 근현대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지역사 탐구로 나아갔으며 1960년대 초 부산시사편찬위 상임위원을 맡았고, 부산 언론사를 최초로 정리한 책도 냈다.

김승찬(1936~2019)은 경북 선산 출생으로 경남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인 부산대 국문학과 교수를 지낸 지역 민속학의 대표적 학자였다. 깐깐하고 엄정한 잣대로 녹산 가덕도 두구동 산성마을 기장군 강서구 장유면의 기층문화와 민속을 조사하는 등 부산 경남지역 민속학에 일가를 이뤘다. 김재승(1943~2011)은 이북 피난민으로 영도에서 자란 뒤,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역사를 탐문한 탁월한 연구자였다. 부산 해양사와 독립운동사를 비롯해 그가 손댄 것들에는 ‘처음’ ‘최초’ 발굴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나라 안팎 자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고, 꼼꼼함과 치밀함으로 역사를 고증해 지역사에 선명하고도 큰 족적을 남긴 채 안타깝게 68세 때 병을 얻어 별세했다.

이들의 특징은 그 글들이 생생하고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발로 썼다는 것이다. 김승찬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다 재야에 있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진정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점을 새길 부분이다. 그들이 탐구한 것들은 모두 다 처음 써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지역사의 각 영역은 미답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인데, 그런 사정은 아직도 마찬가지다. 또 그들이 탐구한 것은 부산사인데 거기서는 부산의 정체성, 부산 정신의 일단이 저절로 우러나왔다는 것이다. 지역사 탐구가 결국 무엇으로 귀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책을 기획한 김형균 전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난 것 같으나 우리들의 무관심과 무지는 여전하다”며 “이분들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집약 계승 진화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한편, 부산학연구센터는 교양총서 <옛길 따라 만난 부산>, 연구총서 <마을의 미래 Ⅳ: 물을 끼고 사는 호반마을 회동이야기>도 이번에 함께 출간했다. 3권의 책들은 비매품이다. 공공도서관에서 볼 수 있으며, 부산연구원 홈페이지에도 PDF로 올릴 거라고 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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