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98. 강박과 치유의 언어, 구사마 야요이 ‘Pump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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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구사마 야요이(1929~). 2013년 대구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구사마 야요이 전은 33만 명이라는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그의 작품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제주의 한 박물관에 제임스 터렐, 이우환, 백남준 등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만큼 구사마 야요이는 한국의 관람객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되어 있다.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구사마 야요이는 1947년 교토시립예술학교에 입학한다.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활동을 했지만 1973년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모국에 돌아오게 된 이유는 강박신경증과 편집증 그리고 불안신경증 때문이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앓아온 정신병으로 인해 착란 증세를 보였다. 당시 그가 환영으로 보았던 것이 둥근 점이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호박죽을 먹고 병이 나은 기억으로 인해 작가는 평생 호박을 소재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점’과 ‘호박’은 구사마 야요이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평생의 모티브가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Pumpkin(호박)’은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구사마 야요이는 특유의 작품 세계로 전세계 많은 미술 애호가들을 감동시켰다. 스스로 정신병력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구사마 야요이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작가로서의 작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구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감각을 믿었고 이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술적 행위는 치유로 승화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작가는 정신병원과 그 바로 앞에 마련한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Pumpkin’은 심리적 강박으로 만들어진 형상이지만 치유의 의미가 스며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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