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90. 아쉬워라 표준사전(16)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진원 교열부장

‘조선 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

단재 신채호가 묘청의 난에 내린 정의다. 그런데, ‘일천년래’는 무슨 뜻일까. 사전을 보자.

*-래(來): 그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10년~의 가뭄)[〈국어대사전〉 이희승 편저, 민중서림, 2005.]

*래: ‘이래’의 뜻.[來](아마 십 년 ~에 그 작자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우리말 큰사전〉 한글학회, 1992.]

*-래: =년래.[금성판 〈국어대사전〉, 1996.]

*년래(年來): 지난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쭉.(한국 사회는 최근 10~ 변화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금성판 〈국어대사전〉]

그러니 ‘래’는 한자말이고, 그 어떤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가리킨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일천년래’는 ‘일천년 동안, 일천년 이래’라는 뜻.

한데, 정작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에는 이 말이 없다. 한자말이어서 싣지 않았는지, 다른 문법적 이유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런 말은 실려 있다.

*수년래(數年來): 두서너 해 또는 대여섯 해를 지나서 지금까지 이르러 오는 동안.(수년래의 꿈이 이루어지다./…/크나큰 별장들과 수년래 부쩍 는 붉은 지붕의 양옥들 속에 건성드뭇 섞여 있는 이 골짜기 사람들은….〈한무숙, 유수암〉)

이러니 ‘-래’나 ‘년래’를 싣지 않아 ‘수년래’가 무엇 때문에 이런 뜻을 가졌는지, 또 ‘수+년래’인지 ‘수년+래’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셈이다.

정작 필요하지만 표준사전에 없는 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많이들 쓰는 ‘간경화, 진정성’도 없고, ‘포퓰리즘’도 없다. 다만,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아래처럼 실려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간경화(肝硬化): 광범위한 간세포 파괴와 섬유 조직의 증식과 결절 형성이 일어나는 간 질환….

*진정성(眞正性): 참되고 올바른 성질이나 특성.

*포퓰리즘(populism): 인기를 좇아 대중을 동원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태도나 경향.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한데, 표준사전에서 이런 ‘결핍’은 차라리 낫다. 아래 엉터리 뜻풀이들보다는….

*민물양식(--養殖): 강, 호수, 저수지 따위의 민물에서 조개, 굴, 다시마 따위를 기르는 일. =담수 양식.

*하천양식(河川養殖): 은어나 송어의 유어(幼魚)를 양식하여 하천에 방류하는 일.

민물에서 ‘굴, 다시마’를 양식한다는 것도 이상한데, ‘하천양식’이 ‘양식하여 하천에 방류하는 일’이라고 하는 데 이르러서는 그저 말문이….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