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99) 일상 소재로 들여다보는 삶에 대한 통찰, 김지원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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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1961~ )은 1980년대 말부터 ‘그리기’와 ‘회화’에 대해 꾸준히 탐색했다. 그는 이 과정을 거쳐 주변의 대상과 자연 환경을 캔버스에 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김지원은 일상적인 사물에서부터 맨드라미, 항공모함, 비행장 같이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특정 대상이나 공간 등을 다룬다.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내적 성찰을 통해 전통 회화의 틀을 벗어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김지원은 하나의 대상을 선택한 후 철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여 연작으로 제작한다. 그의 ‘그리기’는 단순히 본 것을 재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거나 넓히는 능동적인 과정을 통해 은폐되어 있는 것들을 드러낸다. 그림으로 세상을 번역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김지원의 대표작인 ‘맨드라미’는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맨드라미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작품이다. 작업실 앞에 수북하게 핀 맨드라미를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고 함께 호흡한 시간들은 김지원에게 맨드라미가 단순한 꽃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으로 확장,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의 생명이 가진 희로애락(喜怒哀樂). 작가는 화려하게 피었다가 서서히 저물어가며 때로는 처절함을 경험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세계와 타협하고, 더럽혀지고 닳아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의 과정을 맨드라미를 통해 이야기한다.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해 삶에 대한 통찰과 이 시대의 획일성과 부조리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고 있는 김지원의 작품은 현실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더불어 회화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까지 담아내고 있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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