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더불어 사는 세상… 부산일보 편집국에 고양이가 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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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주(왼쪽)와 부루의 모습. 우주와 부루는 지난달 10일 편집국에 둥지를 틀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1일 오후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주(왼쪽)와 부루의 모습. 우주와 부루는 지난달 10일 편집국에 둥지를 틀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 '구사일생' 구조됐지만…

<부산일보> 편집국의 마스코트가 된 ‘우주(회색 고양이)’와 ‘부루(흰색 고양이)’. 이 아이들이 편집국에서 지내게 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우주는 러시안 블루, 부루는 페르시안 품종입니다. 지난해 5월 김해시 대동면의 한 불법 번식농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구조됐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당시 6살인 우주는 1kg대로 비쩍 말라 있었고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습니다. 부루는 각막이 희뿌연 데다 눈 주변엔 거뭇한 눈곱이 가득 낀 채로 발견됐습니다.

우주와 부루는 라이프 사무실에서 지내면서, 함께 구조된 고양이들과 함께 입양을 기다렸습니다.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하고, 덩치가 큰 탓이었을까요. 다른 친구들은 하나둘씩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지만, 우주와 부루의 입양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구조 직후 우주와 부루 모습. 라이프 제공 구조 직후 우주와 부루 모습. 라이프 제공

기자는 ‘라이프’가 고양이들을 구조했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에 막막한 상황(부산일보 2020년 6월 23일 자 3면 보도)을 취재하면서, 고양이들과 연이 닿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라이프 사무실에서 우주와 부루를 만났는데요. 입양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에 얹힌 듯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기자가 덜컥 입양을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

지난해 12월, 부서 회의에서 라이프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이 아이들을 회사에서 돌보면서 평생 반려자를 찾아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어진 긴 침묵.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 엄마·아빠가 되어준다면

우선 팀 내에서 할 수 있는 고민들부터 했습니다. 어디서 키울 것인지, 휴일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밥·간식 당번은 누가 할 것인지, 병원비나 사료비 등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향후 입양은 누가 책임질지. 데려오기 전에 하나하나 다 따져봐야 할 문제였습니다. 고민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습니다.


라이프 SNS에 올라온 우주와 부루의 입양 공고글.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라이프 SNS에 올라온 우주와 부루의 입양 공고글.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편집국에 풀어놓고 키우자니, 너무 넓은 데다 탈출 우려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의 의사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회사 내부 독립공간인 스튜디오는, 편집국원과의 교류가 단절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편집국 창가 취재실 두 곳과 그 앞 공간을 확장해 케이지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밥, 간식, 화장실, 빗질 등등의 케어는 디지털미디어부 뉴콘텐츠팀원들이 번갈아가면서 맡기로 했습니다. 편집국의 유일한 휴일인 토요일에도 당번이 출근해 고양이들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 관련 비용은 회사 법인카드가 주어졌습니다. 향후 입양은 디지털미디어부에서 책임을 지기로 하고, 편집국 직원들 중 더 좋은 반려자가 나온다면 그분들께 입양보내기로 했습니다.

대략적인 계획이 나온 뒤, 라이프 측에 조심스럽게 알렸습니다. 의외로 라이프 관계자들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반겼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라이프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는 터라, 편집국이란 환경이 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우주와 부루가 사람을 좋아하는 터라 직원들이 많은 공간 속에서도 스트레스가 크지 않을 거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들이 집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돌봐줄 ‘집사’들이 많은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요. 다만, 사무실 안을 고양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달라 당부하셨습니다.


라이프 사무실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던 우주와 부루. 라이프 제공 라이프 사무실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던 우주와 부루. 라이프 제공

진짜 난관은 회사를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와의 면담 내용을 토대로 기획안을 만들어 보고했습니다. 반응은 예상대로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수차례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수백 번 고민들도 스쳤습니다. 기나긴 토론과 고민 끝에 기획 취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부산일보> 편집국에서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만남

고양이들을 데려오기로 결정한 뒤, 회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습니다. 쓸 만큼 쓰라며 법인카드도 시원하게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구입한 건 ‘울타리’. 가로*세로 35cm짜리 정사각형 울타리를 연결해 가로 3.5m, 세로 5.6m, 높이 2.1m의 큰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털날림을 최소화하고, 고양이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부는 불투명 가림막으로 채웠습니다. 바닥의 냉기를 막는 ‘퍼즐매트’에다 전자파 우려가 적은 온수매트를 깔고, 그 위엔 보드라운 카펫을 덮었습니다. 높은 곳과 수직 공간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고려해, 5단 캣타워도 들이고, 스크래처를 겸한 3단 캣타워도 갖췄습니다. 고양이들이 숨어서 독립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숨숨집’과 발톱을 긁을 수 있는 스크래처도 넉넉하게 구입했습니다. 장난감과 사료, 간식, 홈카메라 등 기본적인 물품들을 갖추고 나니 어느새 카드값은100만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뉴콘텐츠팀 직원들은 이달 초 울타리 설치에 나섰습니다. 10여 명이 달라붙어 고양이 보금자리를 완성하는 데 꼬박 2박 3일이 걸렸습니다. 힘들었지만, 우주와 부루가 지낼 곳이라는 생각에 모두가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완성된 고양이들의 생활 공간. 완성된 고양이들의 생활 공간.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0일, 고양이들이 이사오는 날입니다. 라이프 사무실에서 우주와 부루를 만났습니다. 부루는 그날도 분홍빛 배를 드러내며 누운 채 저희를 반겼어요. 우주는 간식을 주니 좋아서 따라왔답니다. 라이프 심 대표에게 우주와 부루가 먹고 있던 약과 영양제를 전달받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꼼꼼하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임시보호 계약서까지 쓰니,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고양이들과 함께 드디어 편집국으로….

4층 사무실에 도착한 아이들. 우주는 처음 와보는 공간이 낯선지, 이동장 안에서 사람들을 지켜만 봤습니다. 넉살 좋은 부루는 곧바로 나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더니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발라당’ 드러누웠습니다. 그동안 고양이들을 돌봐준 심 대표는 “처음이라 낯설겠지만, 곧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고양이들을 위해 좋은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고, 평생 반려자를 만날 때까지 잘 돌봐주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심 대표의 ‘예언’은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하루 만에 편집국에 ‘완벽 적응’한 우주와 부루. 아이들의 적응기는 다음 주 금요일에 마저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촬영·편집=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p.s> 취재진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동물동락' 사회를 위해,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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