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역사 이전에 이야기가 있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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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김월회·안재원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는 인류 인문정신의 핵심을 정교하고 날카롭게 집약하고 있다. K 아트가 세계를 충격하고 있는 만큼 우리 시각으로 보편 문명의 시각을 제시해보자는 큰 생각을 품은 책이다. 큰 얼개는 보편문명의 처소를 고전에 둔다는 거다. 중국의 경우 한과 당, 서양의 경우 그리스와 로마의 각종 사례를 준거로 삼는데 그것은 이들 국가의 단계가 거대한 강역과 인구를 통일적으로 다스리면서 인간 보편에 많이 다가서 있었기 때문이다.

인문의 바탕은 역사 이전부터 내려온 것이다. 어떻게 사는가, 라는 것은 역사 기록 이전부터 인류가 이미 터득한 것이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역사 이전에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표현한다. 역사가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면서 문명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면 이야기는 역사보다 훨씬 큰 범주의 사람살이를 포함한 것이다. 거기에는 인류의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 일례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사기에 기록된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 이야기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노래다. 공자는 앞선 시대의 노래를 가려 305수의 시경을 엮었다. 시를 통해 중원을 하나로 묶으려 했다는 거다. 역사 이야기 노래 속에서 지혜를 길어올리는 게 인문정신의 핵심이다. 책에는 동서 고전을 종횡하는 46꼭지의 섬세한 글이 실려 있다.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김월회·안재원 지음/도서출판길/444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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