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 미생물의 소산인 방귀, 인체에 유해할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31)

방귀, 참 민망한 생리현상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오는 방귀에 무안을 당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시어른 앞에서 또는 어려운 자리에서 주책없이 나오는 방귀, 어쩌다 배탈이라도 날라치면 참을 수 없는 방출에 그 황당함과 난감함,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진땀이 나지 않을까. 방귀는 하루에 15~30번 정도를 정상으로 친다. 이보다 더 많이 나오고 냄새가 지독한 사람도 있다. 심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병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도 하게 된다.


방귀란 무엇인가. 그 정의는 '항문으로 배출되는 가스를 총칭하는 단어로, 쉽게는 음식과 함께 들어온 공기와 장내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겨난 혼합가스가 항문으로 분출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방귀는 왜 나오는 걸까. 대장으로 내려간 음식물 찌꺼기가 미생물의 발효인지 부패인지에 의해 생겨난 가스가 외부로 방출되는 것이다. 이런 분해를 발효로 볼지 부패로 볼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연구가 덜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등 유용물질이 생성되는 부분은 '발효'로, 동시에 우리 몸에 유해한 물질이 생성되기도 하니 이는 '부패'라고 해석될 수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가스의 성분은 무엇인가. 방귀에는 냄새가 거의 없는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메탄가스와 악취가 지독한 암모니아, 황화수소, 스카톨, 인돌 등이 섞여있다. 질소는 음식과 함께 삼킨 공기성분이고 그 외은 대장 속 미생물이 만든 휘발성 물질이다. 방귀의 양과 냄새는 섭취한 음식물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장내세균의 종류와 분포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음식에 육류와 지방의 함량이 많으면 냄새가 지독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방귀의 횟수와 양은 식이섬유 등 당류의 섭취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아니면 배탈이 났거나.


방귀는 건강에 나쁠까. '방귀 냄새와 건강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고도 본다. 방귀성분 중에는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있어 장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서다. 갑자기 방귀 냄새가 지독하거나 지속되면 장염 등 소화기관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체에 그렇게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다'가 정답이다. 장벽에는 점액질 등 보호 물질이 있어 직접적으로 닿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방귀를 억지로 참으면 가스의 많은 부분이 다시 체내로 흡수되기도 하고, 장에 오래 머물면서 연동운동을 방해해 옆구리 통증을 유발하기는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진땀이 날 정도로, 얼굴이 노랗게 뜨도록 방귀를 참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


방귀에도 남녀 간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방귀냄새가 더 강하다 한다. 한번 뀔 때의 양은 남자 쪽이 더 많지만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은 여자 쪽에 더 많다는 것이다. 이유는 외출 시 변의를 느껴도 부끄러움에서인지 참으려는 경향이 있어서란다. 그래서 여성의 상당수가 변비를 앓게 되고, 결과로 대변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냄새의 유발성분이 더 많이 생긴다는 해석이다.


방귀를 뀔 때 냄새는 나더라도 소리가 없으면 덜 민망하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시치미를 뗄 수도 있으니까. 그럼 소리는 왜 나는 걸까. 항문의 얇은 피부가 피리 불듯 떨려서다. 우스갯소리로 '가죽피리 불었다'면서 친근한 사이에 무안함을 달래기도 한다. 젊을수록 조이는 괄약근이 건강해 방귀는 잘 참지만 일단 터지면 소리는 요란하고 음색은 더 청아(?) 해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느슨해 방귀를 못 참고 소리도 둔탁해지고.


방귀를 줄일 수는 없을까. 음식물을 꼭꼭 씹어 같이 삼키는 공기의 양을 줄이는 것, 위장으로 들어간 공기가 트림으로 나올 수 있도록 식후에 눕지 않는 것 등이 하나의 방법 일 수 있겠다. 대변을 참지 말고 규칙적으로 배출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가스가 대량생산되기 전에 빨리 내보내면 된다는 것.


대기 중에 방출되는 방귀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방귀에 들어있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람의 방귀도 온난화에 기여는 하겠지만 특히 축산업이 문제를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지구촌에 사육하는 소 약 15억 마리가 내뿜는 방귀와 트림이 온난화에의 기여분이 25%정도가 된다고 한다. 소 한 마리가 자동차 1.5대 이상이라는 계산이다. 젖소·비육우의 수가 인구보다 많은 낙농국가에서는 소 방귀세의 부과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혹시 방귀 속에 불이 잘 붙는 메탄가스가 이렇게 많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실례가 있다. 독일의 농가에서 소방귀로 가득 찬 헛간이 정전기로 폭발해 천장이 날아갔고, 대장에 있던 용종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도구를 전기로 가열하는 순간 폭발위험에 처했다는 것 등. 실제 사람의 방귀에도 불이 붙는다. 과거 필자 어릴 때 호롱불을 향해 엉덩이를 까고 방귀를 분사하면 불꽃이 튀는 현상을 경험했다.


우리에게 관련속담이 여럿 있는 것을 보면 옛적에도 방귀에 대한 일화가 많았던 모양이다. '똥(방귀) 뀐 놈이 성낸다'(적반하장), '방귀 질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탄력이 붙었는데 끝남), '핫바지 방귀 새듯'(은근슬쩍 사라짐), '방귀 잦으면 똥 싼다' 등등...


방귀를 웃음의 소재로 한 것도 있다. 독한 냄새를 화학무기로, 방귀를 핵폭탄으로, 터보 엔진의 추진력으로, 방귀대장 뿡뿡이, 방귀로 하늘을 나는 보노보노, 가족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영화 '달과 꼭지'에서 토치를 장착한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방귀를 내뿜어 불을 분사하는 묘기 등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이들을 보면 방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은 않는 듯하다.


이젠 주위에 방귀 뀐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자.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인 것을. 대처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끝내자. 가장 좋은 방법이 빨리 화장실로 직행하는 것, 하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여의치가 않다. 일단 참거나 괄약근을 조이고 조금씩 소리 나지 않게 내보내거나 구석진 곳에서 양껏 방출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쉽지는 않다. 서있는 것보다 앉아있는 것이 더 편하(단)다.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대중교통에서 빈자리가 없을 시는 벽에 기대어 엉덩이를 밀착하면 한결 수월해진단다. 엉덩이 양쪽을 조여 괄약근이 버티는 버거움을 보완해 주는 동작 말이다. 다음 주제는 "메주와 누룩에 왜 곰팡이를 피게 하는 걸까?"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