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미스터멘션-‘제주서 한 달 살기’, 코로나 시대에도 매출 5배 성장한 기업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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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테크] 미스터멘션

(주)미스터멘션 임직원들이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첫 줄 맨 왼쪽이 미스터멘션 정성준 대표. (주)미스터멘션 임직원들이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첫 줄 맨 왼쪽이 미스터멘션 정성준 대표.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와중에 ‘한 달 살기’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미스터멘션’은 코로나 악재에도 1년 사이 5배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로 심신이 지쳐 ‘쉼’이 필요한 이들, 거리두기를 위해 밀도 높은 도시를 떠나고 싶었던 이들에게 국내 여행지 ‘한 달 살기’는 적확한 제안이었다.


국내 첫 중장기 숙박 예약 플랫폼

펜션 공실 고민하는 부모 보고 착안

안전거래·최저가 보장제 도입

국내 3000여 개·해외 500개 제휴

시리즈A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코로나 넘은 ‘제주 한 달 살기’


부산 스타트업인 미스터멘션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달 살기’ 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 중장기 숙박 서비스 플랫폼이다. 7~90일 중장기 숙박을 원하는 이들에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11월 설립해 201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스터멘션은 코로나 확산 초창기 대규모 예약 취소로 잠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서비스를 강화한 결과 오히려 더 급성장해 1년 사이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했다. 홈페이지 누적 이용자 수는 100만여 명, 회원 수는 6만여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케이브릿지인베스트와 NICE 투자파트너스로부터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부산에 본사, 제주와 서울에 지사가 있고 직원 4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채용 면접을 진행했을 정도로, 신규 고용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미스터멘션 정성준 대표는 “작년 코로나 초기에는 환불이 많이 일어나 힘들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고 직원들끼리 똘똘 뭉쳐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고객들이 궁금해 할 부분을 사진으로 많이 촬영해 보여주려 했고, 호스트 교육과 방역에 더욱 집중했더니 해외로 못 가는 여행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고객은 편의점이 가까운 곳을, 어떤 고객은 외딴 곳을 선호하기에 여러 요구들에 맞게 디테일한 사진을 찍어 고객들의 선택을 도왔다. 한 달 동안 살 집인데, 첫 날부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집이란 걸 알게 되면 한 달이 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 이후 한 달 살기 패턴이 조금 바뀌어서 독채에서 가족 단위 살기가 많아졌다”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고 원격으로 수업을 듣는다든지, 재택근무가 늘어 디지털 노마드족이 많아졌다든지 등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될 때는 서울을 벗어나 제주로 살러 오는 이들도 많았다.

퇴직 후 새 삶을 준비하거나, 취업 전 20대가 삶의 전환기를 맞아 한 달 살기를 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초창기에는 35~55세가 50% 이상으로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20대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 미스터멘션이 공모전을 진행해본 결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점점 더 길게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스터멘션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메인으로 하지만 다른 지역에도 숙소 제휴를 해 3000여 개 숙소 예약을 돕고 있다. 직영 숙소도 점점 늘려나가고 있다. 코로나 직전에는 해외 진출 준비도 끝내 태국, 베트남 등에 500여 개 ‘한 달 살기’ 숙소를 확보했다. 코로나가 진정되는 대로 해외 한 달 살기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앱 실력자, 선한 영향력에 눈 뜨다


정 대표의 부모님이 펜션을 운영했다. 정 대표는 “부모님이 공실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걸 보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네이버 키워드에 많이 노출될 수 있게 했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면서 “잠시 출장 오는 사람들의 요구가 있는 걸 알고 그에 맞게 보증금과 월세를 조절했는데, 그랬더니 공실이 금방 찼다”며 숙박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 뒤 제주도 출장을 한 달 갔다 ‘한 달 살기’ 문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 달 숙박료가 100만 원이 넘는데 대부분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위험하게 거래를 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그럼에도 방을 구하는 사람, 방을 내놓으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 시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전한 통로만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집을 구하고, 전국의 부모님들껜 공실을 채워드리자 하는 마음으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경성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경성대 공식 앱을 처음 만든 ‘앱 실력자’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한때 공부보다는 게임에 몰두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 대표는 “울산에서 게임으로 1등을 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는데, 대학 와서 과 선배가 앱 개발하는 모습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거였다”고 했다.

앱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생활 불편을 해소하는 과정을 지켜본 뒤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서의, ‘선한 영향력’에 눈을 떴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다 누군가 앱 불편사항을 올리면 곧바로 뛰어가서 고치고 나서야 잠을 잤는데, 잠들 때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했다.

앱 만드는 실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을 통한 삼성전자 취업에도 여러 번 도전했지만 ‘창업’이 운명이었는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중 동업자인 정재혁 씨를 만났고 둘은 25세에 교육 사업으로 첫 창업을 한 뒤 세 번째 사업으로 27세에 미스터멘션을 시작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처음 의기투합한 때의 “제2의 스티브잡스가 돼 보자”던 다짐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미스터멘션 직원들은 오전 9~12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각자 8시간을 근무한 뒤 퇴근한다. 정 대표는 “쉼을 이야기하는 회사인데 너무 빡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각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선택하게 했고 그게 일 효율도 훨씬 높다”고 말했다. 직원이 점점 불어나 미스터멘션 사무실이 그리 큰 공간이 아님에도 회사는 직원 간식 코너와 게임방 등을 갖춰 직원들에게도 ‘쉼’을 제공하고 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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