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오르는 가계대출 금리, 한숨 커지는 영끌·빚투족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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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영끌’과 ‘빚투’족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고 있다.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은행의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영끌’과 ‘빚투’족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고 있다.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은행의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족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예적금 금리는 0%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예대(예금·대출)의 금리 차도 지난해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9∼3.65%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금리 1.99∼3.51%와 비교할 때, 최저치가 0.6%P(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신용대출 금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반등하는 추세다. 4대 은행의 25일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34∼3.95% 수준이다. 이 역시 지난해 7월 말(2.25∼3.95%)보다 최저치가 0.09%P 올랐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 연 2.5~3.65%

지난해 7월보다 최저 0.6%P 올라

주담대도 연 2.34~3.95%로 상승

예적금 금리는 아직 0%대 머물러


신용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신용대출 금리 지표인 금융채의 금리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0.761%에서 지난달 26일 현재 0.856%로 반년 만에 0.095%P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이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조으기’에 나서면서 이에 발맞춘 은행들의 우대 금리 폭도 축소된 것도 금리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대출 금리 상승세는 신규 차주(돈 빌리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은 기존 차주들에게도 부담이다. 지난해 급증했던 ‘영끌’, ‘빚투’족들 이야기다. 매달 갚아야하는 원리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이 은행권의 자금 조달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1년 만에 처음으로 연 1.5%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0.5%까지 내려갔던 국채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높아졌다. 불과 한 달 만에 0.5%P 올라갔다.

대출금리는 상승하지만 예적금 금리는 여전히 0%대에 머물면서 예대 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 금리차는 1.85%로 전월(1.84%)보다 0.01%P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1.88%) 이후 최대치다. 예대 금리차는 전체 대출(기업대출+가계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것이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신용대출 잔고는 줄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고가 지난달 600억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고는 135조 1747억 원으로, 1월 말(135조 2390억 원) 대비 643억 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 1월 한 달 동안 1조 5909억 원 급증한 바 있다. 연말연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신용대출 잔고가 2월 들어 감소한 것은 최근 증시 정체와 금리 상승 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신용대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3월로 예고한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들어서도 5대 은행에서 총 2만 8000여 개의 신규 마이너스통장이 개설되는 등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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