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쥔 ‘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트로피 거머쥐나(종합)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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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수상 가능성 높아져
각본·작품·여우조연상 후보 기대
골든글로브 영어 50% 대사규정
“다양성 부족·차별적” 논란 불러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 직후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딸을 안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 직후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딸을 안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딸을 안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정이삭 감독. AP연합뉴스 딸을 안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정이삭 감독. AP연합뉴스

미국 양대 영화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영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것처럼 ‘미나리’도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까?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과 수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통상 골든글로브가 아카데미상에 앞서 개최돼 아카데미상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가 돼왔다.

비록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출연 배우들은 연기상 부문 후보에도 오르지는 못했지만, 선정 방식이 다른 아카데미상은 기대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미국 내 영화 시상식이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고 ‘미나리’의 기세가 워낙 좋기 때문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오르지 싶다”면서 “‘미나리’는 인디스러운 신선함이 있는 영화로 각본상, 여우조연상, 작품상까지 후보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또 “굳이 미국영화라고 선을 그을 필요 없이 K-시네마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는 영화로 한국 제작 영화는 아니지만 큰 범위 내에서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매우 큰 성과다”고 덧붙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미나리’는 미국 내 소수민 이민자의 정착 과정과 윤여정이 보여준 한국인 할머니와 미국적인 문화적 충돌과의 이해, 그걸 받아들이는 손자, 이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도 담아내면서도 이를 유쾌하게 그렸다는 점이 통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가 ‘미나리’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코로나를 비롯한 세계의 위기, 트럼프가 만들어놓은 극우적인 분위기 같은 사회물리학적 배경 안에서 이민자들이 모인 미국의 동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코로나 시대 가족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평론가들은 ‘미나리’가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고,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도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미나리’는 75관왕,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26관왕에 올랐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미나리’. 골든글로브 트위터 캡처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미나리’. 골든글로브 트위터 캡처

■ ‘다양성 부족’ 골든글로브를 둘러싼 논란


‘미나리’는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촬영하고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영화 제작사 A24가 만든 미국영화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언어 규정(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상 후보) 때문에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기인 만큼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로 나온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다민족·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에서 이런 규정은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현재 투표권을 가진 87명의 HFPA 회원 중 단 한 명도 흑인이 없어 할리우드 내에서도 ‘#TimesUpGlobes’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마크 러팔로, 케리 워싱턴을 비롯한 많은 배우와 제작자가 이제 ‘차별적인 골든글로브를 끝낼 시기가 왔다’는 캠페인에 동참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100명이 안 되는 기자들이 수천 명의 나이 든 아카데미 회원들보다 보수적이라는 건 반성해야 한다”면서 “미국영화에 외국어영화상을 주는 건 넌센스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같은 경우도 히브리어가 대부분인 미국영화였고 미국영화가 늘 영어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지난달 발표한 아카데미상 예비후보 중 음악상과 주제가상에 이름을 올렸고, 작품상과 연기상을 포함한 최종 후보는 15일 공개 예정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미국 LA에서 열린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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