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잇속에… ‘부산역 서점’ 씁쓸한 퇴장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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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부산역에서 운영을 이어왔던 서점이 이달을 마지막으로 폐점한다. 사진은 부산역 내 서점 모습. 변은샘 기자 iamsam@ 17년간 부산역에서 운영을 이어왔던 서점이 이달을 마지막으로 폐점한다. 사진은 부산역 내 서점 모습. 변은샘 기자 iamsam@

17년간 부산역 안에 자리했던 서점이 이번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기차역사 내 유일했던 문화공간이었던 서점이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데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서점과의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입맛은 쓰다.

3일 코레일은 "계약 종료와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부산역 내 서점을 이달 30일부터 폐점하기로 했으며, 재계약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점은 코레일 측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계약 종료 뒤에 입찰공고를 내지 않으면서 문을 닫게 됐다.


매출의 17% 수수료 받는 구조

‘수익 안 난다’ 이유 폐점 통보

역사 내 유일 문화공간 사라질 듯

“부산 관문에 서점이 없어서야…”


부산역사 내 서점은 2004년도에 개점한 이래 올해까지 운영을 이어왔다. 서점이 문을 닫은 건 종이책 수요 감소와 코로나19 여파가 주된 이유다. 100평 규모로 문을 열었던 서점은 2년 전 코레일 측의 요구로 50평으로 몸집을 줄였다. 서점이 되살아나기는 어려웠다. 책을 사는 고객이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19로 철도이용객마저 줄어들어 서점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해 9월 30일 계약 만료 이후 입찰공고를 내지 않으면서 서점에 사실상 폐점을 통보했다. 서점에서는 재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레일 측은 “철도이용객들이 책을 찾지 않게 되면서 서점 매출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서점 이외 다른 방향으로 공간을 활용하기로 논의가 됐다”고 폐점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17년간 서점을 운영한 신희영(77) 씨는 “입찰 공고가 났다면 계속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안타깝다. 부산역 주변의 유일한 서점이라 서점이 사라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섭섭해하는 단골이 많다”며 “철도를 이용하며 책을 사가거나 읽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서점이 문을 닫게 될 처지까지 와 착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폐점 소식을 접한 단골들은 사라지는 역사 서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민 이창두(58) 씨는 “한 달에 대 여섯 번 기차를 타면서 책을 읽는 게 낙이었는데, 서점이 없어진다니 서글프다”며 “해외 나가면 주요 역사에 서점 하나씩은 다 있는데 관광도시 부산의 관문에 서점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냐”고 한탄했다.

코레일 측은 서점이 떠난 자리에 어떤 시설을 운영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서점 부지 활용 방향을 모색 중이지만, 적어도 서점은 다시 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다. 철도 이용객들 대부분이 책을 찾지 않는데 이용객들의 수요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철도 역사 내 유일한 서점이 사라지면 문화적 가치도 함께 퇴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허양군 보수동 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은 “종이책을 사서 보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해도 서점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독서문화 자체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 번 서점이 사라지면 다시는 돌아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서점 폐점은 주목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국내 3대 대형서점 구도를 형성했던 반디앤루니스가 영업을 종료했다. 오프라인 책 구매가 급격하게 줄어든 흐름에 더해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어 타격이 배가 됐다. 지난 1월에는 교보문고 해운대점도 매장 규모를 대폭 줄여 재개점하기도 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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