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전 <자산어보> 집필 돕는 어부 창대 役
능숙한 물고기 손질·전라도 사투리 연기 눈길
차기작은 김한민 감독 연출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변요한이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이 영화에서 그는 청년 어부 창대를 맡아 힘있는 연기를 펼쳐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모든 순간이 뜨겁고 찬란했어요. 제 기억에 오래 남을 ‘자산’ 같은 영화죠”

배우 변요한(35)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자산어보’를 이렇게 돌아봤다. 3월 31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그는 조선 시대 어부 ‘창대’로 변신해 색다른 모습을 펼쳐낸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변요한은 “창대에게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외딴 섬 흑산도로 유배된 학자 정약전이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한 이야기를 그린다.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서문에 있는 ‘섬 안에 덕순 장창대라는 사람이 있었으니’란 구절을 토대로 허구적 상상을 더해 영화를 만들었다. 변요한이 연기한 어부 ‘창대’는 글공부를 열심히 하는 흑산도 청년으로, 정약전과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변요한은 “배움에 갈증을 느끼는 창대가 연기 갈증이 큰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며 “창대라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잘 그리고 싶었다.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게 비슷해서 창대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 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자산어보’ 스틸 컷. 변요한은 이 작품에서 정약전의 <자산어보> 집필을 돕는 청년 어부 창대로 변신해 맛깔나는 연기를 펼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변요한이 이번 작품에서 선보이는 능숙한 물고기 내장 손질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일품이다. 해진 짚신을 신은 채로 사람만 한 돗돔을 들쳐 메고 갈 땐 영락없는 어부 그 자체다. 변요한은 “물고기 손질이나 사투리 연습은 어렵지 않았다. 전문가 선생님들께 열심히 배웠다”며 웃었다. 그는 “수영을 워낙 좋아해서 숙제 하나 덜고 시작했다”며 “나중엔 메이크업을 안 할 정도로 강한 햇살에 얼굴이 탔다. 자연스러움이 작품에 묻어나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남 신안 일대의 도초도와 비금도 등에서 촬영한 뒷이야기도 곁들인다. “낯선 섬에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느낌이 특별했어요. 앞에서 보면 바다, 뒤엔 산, 뒤로는 끝없는 하늘이 있었죠. 별이 정말 쏟아질 것 같이 많더라고요. 강한 햇살도 너무 좋았어요.”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은 이번 신작을 ‘동주’에 이어 흑백 영화로 풀어냈다. 변요한은 “흑백 영화라 색채감이 없다. 인물의 면모를 오롯이 배우의 눈과 목소리로 전달해야 했다”며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실하게 연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흑백으로 담은 우리 영화의 모습이 어떨지도 궁금했다”면서 “너무 좋은 기회였다. 무엇이 더 옳고 바르게 담길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변요한의 차기작은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다. 극 중 한산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에 맞선 왜군 적장 와키자카를 맡아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작은 바람도 덧붙인다. “제 인격, 그릇이 되는 만큼 여러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오래 연기 생활을 한 선배님의 발자취를 잘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 보니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꼭 필요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한 번 열심히 가볼게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