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공보물이 말하는 김영춘, 박형준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에서 3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김영춘, 박형준 후보. 공보물에는 두 후보자의 철학과 선거 전략이 담겨 있다. 부산에서 3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김영춘, 박형준 후보. 공보물에는 두 후보자의 철학과 선거 전략이 담겨 있다.

'부산 살릴 경제시장 VS 내게 힘이 되는 시장'

4·7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선거 슬로건이다. 두 후보는 선거 슬로건과 함께 '위기해결사',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자신들을 표현하며 부산시장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 공보물은 두 후보가 부산에서 공직에 출마하며 내건 4번째 공보물이다. 두 후보는 부산에서 각각 3번(김영춘 19,20,21대·박형준 17,18,19대)에 걸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베테랑 정치인'답게 이들은 선거 때마다 각 선거에 맞는 전략을 공보물로 자신을 알렸다. 이들이 선거마다 발간한 공보물을 보면 각 후보의 철학이 한눈에 드러난다.


■재활용 공약 VS 증발한 공약

김 후보는 12페이지에 달하는 4·7 재보선 부산시장 선거 공보물에서 대표 공약으로 가덕신공항, 경부선 숲길 조성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지난 3번의 국회의원 선거 공보물에서도 가덕신공항, 경부선 지하화 공약을 줄곧 밀어붙였다. '도심철도시설 이전', '철로 철거'로 표현만 달랐다. 지난 2월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달에는 경부선 지하화 국책사업화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번 선거에서 공항과 철도 지하화는 공약으로 두루뭉술하게 재등장했다.

박 후보는 4개분야 24개의 정책성 공약으로 '시민 한분 한분이 행복한 도시'의 구상을 밝혔다. 박 후보는 기업 유치를 기반으로 하는 취업 중심 산학협력 도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기업 신사업 3개 유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활성화, 도심형 청년 일자리를 공약했다. 지난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일자리 공약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공약의 구체성이나 실현 시기 등은 적혀있지 않아 1년 임기의 시장 임기 내 불가능한 '헛공약'이 아닌지 의문부호도 동시에 달린다.

박 후보가 지난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세웠던 대표 공약들이 사라진 사례도 눈에 띈다. 동부산 교통 문제 타계책으로 꼽았던 공약인 황령3터널 건설은 이번 시장 선거에서는 증발했다. 횡령 3터널 대신 교통 공약으로는 실현가능성에 논란이 있는 어반루프와 이미 건설 중인 대심도가 '부산 교통 15분 도시'로 자리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약했던 시장관사 부지에 세계적인 건축물 공약도 정작 3년 뒤 치르는 이번 시장선거에서는 사라졌다.


2016년 치뤄진 20대 국회의원 선거 김영춘 후보의 공보물에는 명품조연들이 대거 등장했다. 공보물에는 김 후보가 청와대 정무비서관 시절 함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2014년 야권후보 단일화를 했던 오거돈 전 시장의 모습이 눈에 띈다. 2016년 치뤄진 20대 국회의원 선거 김영춘 후보의 공보물에는 명품조연들이 대거 등장했다. 공보물에는 김 후보가 청와대 정무비서관 시절 함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2014년 야권후보 단일화를 했던 오거돈 전 시장의 모습이 눈에 띈다.

■시대에 따라 바뀐 명품조연들

공약과는 별개로 각 후보 공보물의 가장 큰 차이는 '명품 조연' 등장 여부다. 김 후보는 대부분의 선거 공보물에서 조연을 등장시키는 대신 단독주연을 맡았다. 박 후보는 전직 대통령들이 명품 조연으로 대거 등장했다.

김 후보는 4번중 3번의 공보물에서 자신 이외의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시장 상인과 포옹하는 자신의 모습, 대학생들과 어울리는 자신의 사진이 크게 등장한다.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오토바이를 탄 자신을 공보물 마지막에 내세웠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이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활약하던 모습을 내세웠다. 또한 이색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로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의 공보물에 명품조연들이 등장한 건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유일하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시절의 경험을 알리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과의 '투샷'이 등장했고 부산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통 큰'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2018년 부산시장 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당시 오거돈 전 시장과의 악수장면도 공보물에 등장했다.

단독주연을 맡으면서 민주당 선거의 단골 출연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단 한차례도 볼 수 없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가 뜨거웠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문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았다.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부는 이번 선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은 공보물에서 등장하지 않았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형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형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후보의 경우 이명박, 박근혜 등 선거 당시 대통령, 당 대표가 선거 공보물에 모습을 대거 드러냈다. 박 후보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선거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바람을 등에 업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MB정권의 성공을 강조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 후보를 '형준아'라고 부르는 일화가 등장한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당시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떨어졌던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연속으로 등장한다. MB맨의 이미지보다는 당시 당 실세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해 당시 여당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MB맨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공보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번, 이명박 전 대통령은 1번 등장한 점도 이색적이다. 하지만 박 후보 표현으로 '박근혜에게 단단히 찍혀'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치른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옥중에 있는 두 전 대통령의 모습을 공보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