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지배 대상 아닌 특별한 존재…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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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욱 부산여자대학교 반려동물과 학과장

인간은 의식주가 해결됐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 매슬로우의 이론을 첨부하지 않아도 인간의 행복은 훨씬 더 사회적인 어떤 것, 즉 ‘어떤 것과의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행복이나 책임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수의협회에서의 동물복지(animal welfare)는 동물의 복리를 보장하는 윤리적 책임으로서 보다 구체적으로 ‘동물에게 청결한 주거환경의 제공, 관리, 영양 제공, 질병 예방 및 치료, 책임감 있는 보살핌, 인도적인 취급, 필요한 경우의 인도적인 안락사 등 동물의 복리와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인간적인 의무’라고 정의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쯤 가족 초상화에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됐다고 본다. 산업혁명 시대에 많은 자본과 풍요로움으로 인해 반려동물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안착시켰다. 동물에 대한 애정은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에 중산층 가정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웠다.

동물과 공존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는 동물 복지와 인간 복지 사이에 어떤 걸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이 사이의 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19년 부산 서구청과 한국마사회가 포니를 활용해 ‘무료 승마체험’을 함께 진행하고자 했었지만 부산의 한 동물단체가 행사의 취소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당시 주최 측에서는 ‘말은 인간과의 교감을 선호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동물복지의 최고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도 말을 통한 활동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등 말의 복지를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동물단체는 말을 학대하는 행위라며 취소를 요구했다. 당연히 동물 학대는 없어져야 하지만 동물과의 관계,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서 동물복지보다는 인간복지가 조금은 더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나이를 먹고, 생각이 변하고, 상황이 변한다. 반려동물도 늙어가고 병들고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우리와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반려동물은 이런 우리를 이해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한 패턴으로 규정할 수 없듯이,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도 그렇다. 인간을 돕고,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고, 인간 지배의 대상이나 인간관계의 대체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인간을 ‘선택’한 특별한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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