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돈키호테 음식 따라 스페인을 순례하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돈키호테의 식탁/천운영

<돈키호테의 식탁>은 유쾌한 책이다. 소설가 천운영이 돈키호테가 먹었던 음식을 찾아 나선 얘기들을 적은 유쾌한 에세이다.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천운영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읽을 만하다. 산초 판사도 있다. 판사는 배불뚝이라는 뜻이란다.

천운영은 2013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스페인에 갔는데 돈키호테에 나오는 음식 순례를 했다고 한다. 무려 400년 전 음식을 먹어보겠다고 다니면서 그 길을 따라다닐수록 돈키호테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중부 남부 동부를 왔다갔다했던 그 여정 속에서 17가지 음식이 나온다. 돼지 삼겹살, 염장 대구, 도토리, 와인, 레케손 치즈, 가지, 마늘, 하몽 뼈다귀, 소 발톱, 무화과 등이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풍성하고도 맛있게 썼다고 한다. 천운영은 음식 순례를 하며 돈키호테의 깊은 곳에 깃든 슬픔 기쁨의 미로를 읽어내고자 했다.

작품을 흥미롭게 읽으면서 문장에 취하면서 그 문장을 따라 쓰게 된다. 세르반테스는 적었다. ‘오 행운아 돈키호테여! 오 유명한 둘시네아여! 오 익살꾼 산초 판사여! 다 함께 저마다 즐거움과 다른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오래오래 살아가시길!’ 그걸 따라서 천운영은 적었다. ‘오 세르반테스여! 어쩜 이리 복잡한 서술 구조를 가진 소설을 400년 전에 쓰셨단 말입니까! 오래오래 칭송받으시기를! 오 세르반테스여!’. 천운영 지음/아르테/264쪽/1만 7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