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파키스탄 총리 “여성, 옷 얌전하게 입어야 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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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여성 옷차림과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해 시민사회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파키스탄 활동가들이 지난달 7일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두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 EPA연합뉴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여성 옷차림과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해 시민사회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파키스탄 활동가들이 지난달 7일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두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 EPA연합뉴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여성들의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대중과 질의응답 TV 생방송

성폭력 정부 대책 묻자 발언

인권단체·시민 등 거센 반발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EFE통신 등에 따르면,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주말 TV 생방송으로 두 시간 동안 이어진 대중과의 질의응답에서 ‘정부가 성폭력을 막기 위해 무슨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의지력이 있는 게 아니므로 여성들은 유혹을 없애기 위해 옷을 얌전하게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종교가 베일을 쓰도록 했다면, 그 이면에 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철학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여성·인권단체는물론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총리가 성폭력 원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해당 발언은 성폭행 문화를 촉진했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의 인권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성폭행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당혹스러울 만큼 무지를 드러냈고, 성폭행 생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파키스탄 법원은 지난달 고속도로에서 여성 운전자를 집단 성폭행한 남성 두 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9일 밤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를 지나던 피해자가 기름이 떨어져 차를 멈추자 차 유리를 부수고 피해자를 끌어낸 뒤 아이들 앞에서 집단 성폭행했다. 당시 해당 지역 경찰청장이 “피해자는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운전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자 주요 도시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폭력 근절을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윤여진 기자·일부연합뉴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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