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65. Mi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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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 다른 음악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음악 자체뿐 아니라 그 음악이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가가 듣는 이에게 중요한 인상을 남기게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음악을 작곡하거나 어떤 음악을 삽입해야 할지 영화 시작과 함께 고민은 항상 시작되지요.

올해 가장 화제가 되는 영화는 단연코 ‘미나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각종 화제를 일으키며 국내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뜨거운데요.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로 올라와 있습니다. 6개 부문에는 음악 부문 역시 포함돼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영화의 음악이 어때?’ 묻는다면 전 한마디로 대답할 것 같습니다. ‘정말 좋아!’라고 말이지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 말입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에밀 모세리(Emile Moserri)’가 맡았습니다. 버클리음대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한 후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미나리뿐 아니라 이전 몇 작품의 음악을 맡으며 이미 멋진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이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들이 다소 특이하게 다가왔던 것은 영화에 쓰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미나리는 시각적으로 참 정적인 영화입니다. 인물 갈등과 이야기는 결코 정적이지 않지만, 아칸소 시골의 들판이 보이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적으로 다가올 정도지요. 그런데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그런 정서는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음악은 영화의 시각적 이미지 감성보다 훨씬 앞서갑니다. 균형이 너무 심하게 무너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온도 차를 아주 극명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음악의 쓰임새가 너무 낯설었습니다. 이 멋진 음악이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일차적으로 시청각적인 이미지와 감정을 너무 불균질하게 만들게 다가왔지요.

제가 알던 영화에서의 작곡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어서 지금도 이 사운드트랙의 콘셉트가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사운드트랙이 예상치 못한 무척 놀라운 일을 해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무척 적은 자본으로 완성됐습니다. 그것이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관객은 영화를 체험하며 느낄 수 있지요.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이 간극을 그 쓰임의 감정적 차이만큼이나 확연하게 줄여줍니다.

음악의 훌륭한 완성도와 비균형적인 쓰임새가 돋보입니다. 저예산 또는 비장르적 속성 등으로 영화가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관객은 음악을 통해 관습적이고 장르적으로 친숙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에 대해 어떠한 편견도 없이 어떤 장편 상업 영화와도 같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운드트랙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참 놀랍고 더욱더 멋스럽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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