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이버 난동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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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대학의 한 온라인 수업이 사이버 난입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40여 명이 접속해 있는 방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갑자기 등장해 음란 사진을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채팅창을 통해 강사에게 마구잡이 욕설까지 퍼부은 것이다. 법적 대응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난 촉법소년이라 괜찮다”며 다섯 차례나 들어와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같은 달 17일, 한 고등학교의 ‘대입 설명회’ 온라인 수업에서도 채팅창에 느닷없는 욕설이 난무하더니 극우 커뮤니티 ‘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 카메라에 떴다. 접속 중인 학생과 교사 등 400여 명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건 물론이다.

최근 들어 외부인이 불법으로 침입하는 이런 온라인 난동이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 수업과 각종 회의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비대면 시대의 신종 범죄라 할 만하다. 이를 가리키는 신조어까지 생겼으니, ‘줌바밍(Zoom-bombing)’이라 한다. 대표적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 공간에 ‘폭탄’을 떨어뜨려 파괴한다는 뜻이다. 줌바밍은 온라인 접속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온라인상에 유포하는 추가 범죄의 온상이 된다. 무단으로 얼굴 사진을 캡처해 인공지능 기술로 다른 영상과 합성하는 ‘딥 페이크’가 대표적이다. 기업들의 경우에는 일일 화상회의가 일상이 돼 있는데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높다.

줌바밍이 가능한 것은 해당 링크가 외부에 유출되면 수강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취약한 보안 때문이다. 이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작년부터 화상회의 비공개 및 암호화 설정 등 보안 강화에 나섰고, 구글이나 스페이스 X 같은 IT 기업들은 아예 직원들의 줌 사용을 공식 금지한 바 있다. 뉴욕주에서는 모든 공립학교 교사들에 대해 줌 사용 불허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문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줌바밍의 수법이 과감해지는 한편 당사자는 죄가 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모임에선 줌바밍을 놀이문화로 받아들인다는데, 이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온라인 화상회의 업체가 철저한 보안에 더 신경 써야겠지만 법적 처벌 강화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던 범죄가 점차 비대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팬데믹 혼란의 틈새를 파고드는 신종 범죄가 더 큰 피해를 낳기 전에 근절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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