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명수와 초딩, 길이 맺어준 '묘연'…말 안 통해도 '가족'입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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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손혜림 기자의 특별한 '묘연' 둘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 지인 통해 첫째 입양
둘째는 다리 다친 고양이, 구조해 수술·재활
"동물들에게 받는 안정감…고마움 더 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우주·부루가 편집국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 고양이들은 제집처럼 편집국을 활보하기도 하는데요. 편집국 구성원들도 제법 '집사' 태가 납니다.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하는 것이 익숙한 존재가 된 듯합니다.

지난 시간엔 동물을 판매하는 펫숍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저희와 고양이들의 만남처럼, 펫숍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묘연'을 맺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묘연을 소개하려는데요. 주인공은 <부산일보>의 막내 손혜림 기자와 반려묘 '명수' '초딩'입니다.

특별한 '묘연'을 맺은 <부산일보> 손혜림 기자와 반려묘 '명수'입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특별한 '묘연'을 맺은 <부산일보> 손혜림 기자와 반려묘 '명수'입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손 기자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는 명수, 둘째는 초딩입니다. 명수는 퉁명스럽지만 다정한 면이 있는 개그맨 박명수 씨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명수와는 친구 덕분에 처음 만나게 됐는데요. 2016년 여름쯤,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어미를 잃고 혼자 떠도는 새끼 고양이를 구조했는데, 친구는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어 돌보기 어렵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친구는 동물을 좋아하는 손 기자 생각이 났다며, 고양이를 키워줄 수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키우던 강아지를 먼저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부모님은 또다시 슬픈 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처음엔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설득 끝에 고양이를 집으로 들였고, 명수는 가족들의 예쁨을 한 몸에 받는 '늦둥이'가 되었죠.

쾌활하고 발랄한 성격의 명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집안에서 개그 캐릭터라고 합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쾌활하고 발랄한 성격의 명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집안에서 개그 캐릭터라고 합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초딩이와는 꽤 바람이 차가웠던 지난해 초, 길 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손 기자는 어머니와 함께 사하구 하단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담벼락 사이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벽돌과 펜스의 좁은 틈 사이에 불편하게 앉아 있던 고양이는 자꾸만 담벼락 바깥으로 나오려 했습니다. 바깥쪽은 인도도 없이 바로 차도로 이어진 곳. 걱정스러운 마음에 고양이를 학교 안쪽으로 밀었지만, 자꾸만 꾸물꾸물 나오려는 녀석. 주변에 함께 지내는 고양이 무리에 비해 유독 몸집도 작았습니다. 그 고양이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자리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뒷다리를 못 움직이는지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손 기자와 어머니는 고양이를 구조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뒷다리 뼈가 외부 충격에 의해 으스러진 상태였습니다. 하반신도 못 쓰는 상태인데, 설상가상 작은 몸집으로 새끼까지 배고 있던 고양이. 동네 길고양이를 챙기는 캣맘들이 병원비를 모아주고, 병원에서도 지원해준 덕분에 고양이는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때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길 위에서 새끼를 낳다 죽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손 기자 가족은 하단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녀석에게 '초딩'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초딩'이의 모습입니다. 당시엔 뒷다리 뼈가 부러져 하반신을 못쓰는 상태였습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초딩'이의 모습입니다. 당시엔 뒷다리 뼈가 부러져 하반신을 못쓰는 상태였습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초딩이는 두 차례 큰 수술을 이겨냈지만, 서서히 눈이 멀었습니다. 1.8kg의 비쩍 말랐던 몸으로 큰 수술을 받은 탓일까요. 병원에서는 뇌 신경 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딩이는 이제 명암만 구분하는 정도로 눈이 안 보입니다. 시각뿐만 아니라 감각 쪽에도 문제가 있는지, 손발을 마구 움직이거나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탓에 신경이 더욱 곤두서는지, 손 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했습니다. 퇴원하더라도 첫째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면 두 마리 모두 다 스트레스일 상황. 손 기자는 초딩이를 돌보기 위해 본가에서 나와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초딩이는 꾸준한 재활치료와 손 기자의 보살핌 덕분에 이제 혼자서 걷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손 기자와 어머니는 "예전에는 고양이가 아니라 '고'정도였는데, 이제 '고양'정도는 됐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손 기자의 보살핌 덕분에 '고'에서 '고양'정도로 발전한 초딩이. 아직 걷는 건 어색하지만, 제법 고양이처럼 앉아 있습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손 기자의 보살핌 덕분에 '고'에서 '고양'정도로 발전한 초딩이. 아직 걷는 건 어색하지만, 제법 고양이처럼 앉아 있습니다. 손혜림 기자 제공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지요. 사람 아이는 크면서 말도 하는데, 말 못하는 동물을 키우는 건 '영원히 크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습니다. 특히나 아픈 동물을 돌보는 건 더욱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손 기자의 손엔 상처가 났는데요. 홀로 몸단장을 못하는 초딩이의 귀를 닦아주는데,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생긴 상처입니다. 그전엔 눈이 안 보이는 초딩이가 간식을 주려는 손 기자의 손을 깨물어 응급실에 가서 파상풍 주사를 맞기도 했다는데요. 놀라는 취재진 앞에서, 손 기자는 '집사의 일상'이라며 웃어 보입니다.

자나 깨나 초딩이 걱정이지만, 초딩이가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초딩이를 구조하고 입양한 것을 후회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다고 합니다. "그때 구조하지 않았더라면 초딩이가 죽을 수도 있었잖아요. 서로를 만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고양이들에게 주는 것만큼, 고양이들에게 받는 사랑과 안정이 정말 크거든요. 힘든 것보다 고마운 마음이 더 커요. 빨리 나아준 것도 너무 고맙고... 다 고마워요."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것, 어떤 이들은 '유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 마음을 잘 몰랐는데요. 편집국에서 우주·부루와 함께하다 보니, 그 마음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특히나 부루가 갑자기 아픈 탓에 편집국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졸였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주 영상에서 마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와 부루의 편집국 이야기는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부루가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제작=장은미 에디터 mimi@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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