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레전드 왕희정 교수 영입, 최상의 수술 프로그램 구축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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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백병원 간이식센터

해운대백병원 간이식센터 수술팀이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는 장면. 해운대백병원 제공 해운대백병원 간이식센터 수술팀이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는 장면. 해운대백병원 제공


간이식은 말기 간부전 또는 간암 환자에게 타인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치료법보다 월등하다. 간이식은 ‘외과수술의 꽃’이라 불릴만큼 정교하고 어려운 수술이다. 수술도 어렵지만 수술 후에 감염, 거부반응 등의 합병증도 이겨내야 한다.


왕 교수, 간 수술 사망률 0.5% 이하

국내 첫 혈액형 부적합 이식 성공

매년 30례 이상 간이식 수술 목표

내과·외과·방사선과 등 협업 중요

3차원 영상분석 시스템 도입 예정


왼쪽부터 간이식팀 정보현, 왕희정, 정용규 외과 교수. 해운대백병원 제공 왼쪽부터 간이식팀 정보현, 왕희정, 정용규 외과 교수. 해운대백병원 제공

■간이식, 간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

간이식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원인질환은 급성인 경우는 독성간염 등으로 인한 간부전이 대표적이다. 만성질환으로는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 간세포암이나 간암 치료 후에 반복 재발하는 간암 등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 간이식이다. 특히 독성간염 등에 의한 급성 간부전의 경우 단시간 내에 뇌압상승으로 인해 사망으로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응급 간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간암 치료법은 간절제술, 간이식술, 간동맥색전술, 고주파, 방사선치료 등 다양하다. 이들 중에 간경변을 동반한 간암에서 치료 성적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 간이식이다.

간이식은 뇌사자의 전체 간을 떼거나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를 떼내어 간 질환자에게 이식한다. 다른 곳에 전이가 되지 않은 초기 간암 환자가 간이식을 하면 가장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감염, 출혈, 거부반응, 간동맥혈전증 등 다양한 합병증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간암 환자가 간이식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려면 다학제 회의를 통해 최선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생체 간이식 성공률 세계 최고 수준

간이식 수술은 뇌사자 간을 공여 받는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기증자 간을 공여 받는 ‘생체 간이식’이 있다. 뇌사자 간이식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뇌사자 장기 대기자 목록에 우선 등록해야 한다. 뇌사자가 발생하면 대기자 중에서 혈액형이 적합하고, 응급도가 높은 환자 순으로 장기를 제공받는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관습이 남아 있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는 비율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크게 낮다. 뇌사자 장기기증 케이스가 많지 않아 대부분은 응급도가 높은 환자에게 장기가 공여된다. 예를 들자면 심한 황달과 복수, 간성혼수가 심해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게 주로 공여된다.

우리나라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 홍콩 등은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생체 간이식수술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생체 간이식 수술 케이스가 많다보니 우리나라 생체 간이식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초 해운대백병원 간이식센터는 간이식과 간담도외과 분야 권위자인 왕희정 교수를 초빙했다. 왕 교수는 서울백병원과 아주대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현재까지 3,500건 이상의 간 수술과 670여 건의 간 이식을 집도했다. 간 수술 사망률이 0.5%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의로 꼽히고 있다. 또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성인의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간이식센터에는 간이식을 위한 내과,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정신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기증자와 수혜자를 연결해 주는 든든한 숨은 조력자다.


■간이식 분야 레전드, 왕희정 교수

왕희정 교수는 자신을 외과의사로 만들어준 곳이 서울백병원이라고 했다. 전공의와 전문의를 서울백병원에서 시작한 왕 교수가 27년만에 같은 재단 산하의 해운대백병원으로 부임해 왔다.

-해운대백병원에 오신 소감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저를 키워준 병원에서 남은 기간동안 간외과 분야 후배들 육성에 힘 쏟으면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국내 최초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에 성공하면서 간이식 분야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간 성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1992년 스승이신 이혁상 교수님과 함께 국내 최초로 뇌사자 간을 성인 말기 간암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성과였다. 이어 2007년에 성인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지금은 전국 10여 개 병원에서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하고 있다. 혈우병을 가진 간암 환자의 간이식을 처음 시도하기도 했다.”

-해운대백병원 간이식센터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해운대백병원에서 매년 30례 이상 간이식 수술을 하는 것이 목표다. 간이식은 철저한 분업화가 필요한데 소화기내과, 진단방사선과, 중재적 방사선과, 병리과 등이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금 있는 간이식센터 의료진들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간이식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다. 간이식은 수술 후에도 계속 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케어를 받는 것이 환자들에게 유리하다.”

-연구와 교육적인 측면에서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

“혈관과 간암의 상관관계를 3차원 영상으로 설명하고 수술과정을 시뮬레이션 해주는 영상분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경쟁력 있는 논문을 많이 발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15년간 간암의 분자유전학적 마커를 개발하는 일을 해왔다. 간암 조직 1500례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연구개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

-간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암 환자들은 간기능 예비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현대의학으로 떨어진 간기능을 증가시킬 방법은 간이식밖에 없기 때문에 남아 있는 간기능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간수술 환자는 배탈이 나면 안 되므로 물을 끓여 먹는 것이 좋은데 정수기 물도 끓여 먹어야 한다. 즙이나 엑기스 등 농축된 것을 장기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건강식품을 선물받거나 추천받았을 때는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한 후에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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