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피해자가 5년 만에 입연 이유 "'꽃뱀' 댓글에 가스라이팅"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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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징역 5년 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인 가수 정준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에서 징역 5년 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인 가수 정준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수 정준영(32)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취하한 전 여자친구가 사건 발생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4가지 제도적 변화를 요청했다. 또 한 유튜브 채널과의 비공개 인터뷰를 통해 "댓글 속 '꽃뱀'이 될까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정준영에게 지난 2016년 불법촬영 피해를 당했던 A씨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등록했다. 그는 가해자의 역고소에 대한 두려움과 장기 소송전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고소를 취하했다며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요청한 제도적 변화는 ▲자신을 모욕한 특정 방송사 기자들 징계 ▲포털사이트 성범죄 기사 댓글 비활성화 ▲2차 가해 처벌법 입법 ▲민사소송 시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 마련 등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A씨는 먼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던 기자들을 징계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3월 이 유튜브 채널에 "과거 고소를 취하한 것은 무고죄로 피해를 입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댓글을 남긴 바 있다.

A씨는 "최근까지도 저에 대한 언급을 일삼으며, 제가 정준영이 연락을 끊자 정준영을 고소하였고 그와 재결합하자 고소를 취하한 사람인 것처럼 언급했다. 이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이는 동영상 유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 시간 고통을 겪다 고소를 하고, 당시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고소를 취하한 참담한 제 심정에 두 번 칼을 꽂는 2차 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정준영 사건으로 언론에 언급되면서 무수히 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밝힌 A씨는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성범죄 뉴스의 댓글창을 비활성화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A씨는 2차 가해에 취약한 피해자들을 보호할 법적 울타리로서 '성범죄 2차 가해 처벌법' 입법을 촉구하며 "동영상 유출을 우려해 고소를 했던 피해자의 불법촬영 동영상을 찾는 네티즌의 가해 행위는 너무나 충격적"이라면서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비난·의심 그리고 불법촬영 동영상을 찾아보는 행위 모두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2차 가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소송 상대방인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주소와 개인정보 등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 청구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언급하며 '범죄 피해자 개인정보보호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범죄 피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과정에서는 형사소송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채널 '슬랩' 유튜브 채널 '슬랩'

A씨는 또 6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슬랩'과의 비공개 인터뷰에서 5년 만에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5년 전 한국 사회는 성범죄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불법촬영이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관련 기사에 수천개의 악성댓글이 달리기도 했다"며 "이제야 불법촬영과 2차 가해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지만 꼭 변해야 할 것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사건 당시) 댓글에서 말하는 '꽃뱀'이 될까 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하지 못했고, 나를 의심하는 댓글 때문에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따져보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불법촬영만큼 날 괴롭게 한 것은 댓글로 인한 2차 가해였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댓글에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특히 "내가 당한 성범죄의 가해자가 유명인이어서, 2019년 (단톡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가해자가 징역형까지 받아 이제야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서 "내가 할 수 있고, 나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 한다. 고통받고 있는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를 탓하는 말에 절대 흔들리지 말고 자기 검열을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도 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8월 정준영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불법으로 촬영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정준영은 그해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 교제하던 시기에 상호 인지 하에 장난삼아 촬영했던 짧은 영상으로 해당 영상은 바로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검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과 관련해 정준영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촬영 전후 상황에 대한 A씨 진술과 태도로 볼 때 정준영이 A씨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A씨가 최종적으로 고소를 취하해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A씨 사건과 별개로 정준영은 2016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멤버들과 공모해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성관계 불법촬영물을 대화방에 수차례 공유한 혐의 등으로 2019년 구속 기소됐다. 정준영은 대법원에서 징역 5년 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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