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청사포 풍력발전 ‘주민 반대 의견’ 비틀었나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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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문화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청사포 앞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청사포 앞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2017년 6월 청사포 발전사업 허가 당시 부산시가 산업자원통상부에 보낸 의견서. 주민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2017년 6월 청사포 발전사업 허가 당시 부산시가 산업자원통상부에 보낸 의견서. 주민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4년 전 부산시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주민 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어 파장이 예상된다.


2017년 산자부에 전달한 공문

“주민 수용성 확보” 문구 적시

해운대구는 반대 의견 전달해

“사업 허가 위해 부적절 개입” 의혹

시 “외부서 생각하는 의미는 아냐”



부산시는 2017년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소 건립 허가 당시 산자부 전기위원회에 시 의견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부산일보〉가 확보한 2017년 6월 7일 부산시 공문을 살펴보면 ‘민원발생을 최소화해야 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발전단지 조성추진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이 공문과 함께 첨부된 검토 보고서다. 부산시는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 검토 보고서’에서 ‘본 사업은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사업자가 청사포 구간을 추진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당시 해운대구청의 입장은 달랐다. 부산시에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의견서를 제출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게 해운대구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운대구청이 2017년 6월 5일 부산시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여러 문제점과 영향에 대해 어민과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사실상 시청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셈이다.

해운대구 일자리경제과 측은 “부산시가 해운대구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구청 의견에 시청 의견을 섞어서 더하는 바람에 주민 의견이 산자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해운대구청은 풍력발전 건립 승인 이후 항의 민원이 쇄도하자 지난달 부산시와 산자부에 풍력발전 사업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4년 전 부산시가 해운대구청과 반대되는 의견을 산자부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사업 허가를 위해 부적절한 개입을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부산시의회 김광모 의원(더불어민주당·해운대구2)은 “부산시가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의견서를 전달했다”며 “정말 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됐다면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2017년 산자부에 전달된 검토 보고서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문제의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부산시 클린에너지보급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부산시의 공식 입장인데 여기에는 주민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용성이 확보된 상태로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토 보고서에 있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했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전기위원회 심의에서의 주민 수용성은 발전 자격에서 허가를 주는 수준이지 실질적인 주민 수용성 여부는 개발단계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생각하는 주민 수용성의 의미는 아니다”라며 “사업 주체가 실질적인 대상자인 어촌계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기 때문에 그렇게 파악했다”고 애매한 해명을 남겼다.

해상풍력 개발전문업체 ‘지윈드스카이’는 2013년부터 해운대구 청사포 해안가에 해상풍력 발전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체 측은 해안가에서 최소 1.2km, 평균 1.5km 떨어진 거리에 4.7MW급 터빈 9기를 설치하는 등 38.7MW의 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해운대 인근 주민들은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진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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