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제동 걸린 ‘용적률 인센티브’… 건설업계 ‘패닉’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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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 동래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 DB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건축물 용적률 특례(인센티브)를 중첩 적용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최근 유권해석에 건설업계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동안 두세 개의 특례를 중복 적용받아 용적률을 확보해 추진하던 건설 사업이 전면 제동이 걸리면서 또 다른 규제강화라는 지적과 함께 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란 정부정책이 공염불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상업지역의 주상복합건물과 오피스텔은 물론 상당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들은 용적률이 대폭 줄어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법제처 “특례 조항 중첩 적용 불가”

부산시에 “한 가지만 가능” 회신

용적률 큰 폭 떨어져 사업성 악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날벼락’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역행 우려


2일 부산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산시의 건축법 등에 따른 용적률 특례 중첩 관련 질의에 ‘특례를 중첩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 내용을 회신했다.

시는 지난달 건축법 제43조 공개공지 등의 확보에 따른 용적률·높이 완화, 녹색건축법 제15조 제2항의 재활용 건축자재 사용에 따른 용적률·높이 완화에 해당할 경우 등에 대해 특례를 중첩 적용할 수 있을 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건축법 등에선 하나의 건축물에 대한 여려 특례 규정의 중첩 적용 여부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건축법과 녹색건축법 등에서 규정한 용적률 완화 기준을 중첩 적용해 용적률 상한이 누적 증가되는 것은 건축물의 밀도를 관리하기 위해 상한을 규율하는 국토계획법 상 용적률 제도의 취지를 반하게 된다. 이에 용적률의 완화 범위가 더 큰 특례 규정 하나만 적용가능하다”고 회신했다.

현재 용적률 완화 관련 법령은 크게 3가지다. 건축법에선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 인정 건축물(20% 이내), 대지 내 공개공지 설치 건축물(20% 이내), 지능형 인증 건축물(15% 이내)에 해당하는 경우 하나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녹색건축물지원법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거나 재생골재를 사용하는 등의 녹색건축물(15% 이내)에 해당하면 특례를 받는다.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에서도 건물 주변 공원·하천 등이 있는 경우 너비 25m 이상 도로에 20m 이상 접하고 건축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20% 이내)이 특례 적용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리모델링이 용이하고(20%), 재생골재를 사용하는(15%) 건축물은 현재 최대 35%의 특례를 적용받아, 600%가 기준 용적률인 경우 810%까지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제처의 이번 해석대로라면 특례 중 혜택이 큰 20%만 적용돼 720%로 깎이게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적용받던 특례 중첩 적용이 이번 법제처의 유권 해석에 막혔다는 점이다. 2019년 부산시건축사회가 이와 관련해 국토부에 질의했을 때는 국토부는 법제처 유권 해석 없이 “개별 법령 규정사항을 따라야 한다”면서 중첩 적용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했다.

최근 이같은 법제처의 회신 내용이 알려지면서 부산은 물론 전국의 주택건설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상업지역이나 주거지역에서 특례 중첩 적용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려던 사업장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부산에서만 피해를 보는 사업장이 수백 곳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지역 한 주택건설업체의 경우 현재 1100%의 용적률을 적용받지만, 특례 중첩 적용이 폐지되면 용적률은 720%로 쪼그라들어 300억 원대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부산의 한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 관계자도 “특례가 폐지되면 주민들의 염원인 재건축 사업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시주택건설협회와 부산시건축사회 등은 “현실을 무시한 법제처의 무리한 해석으로 전국 건설업계와 정비사업장 등에 대혼란을 초래했고,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제처의 법리 해석은 녹색건축물 권장 등의 각 법령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례를 하나만 적용하게 되면 손쉬운 공개공지 설치만 하면 될 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녹색건축물 조성은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강조해 온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도 정면으로 역행하게 된다.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정부는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법제처의 이번 해석으로는 상업지역은 물론 주거지역의 주택 확충까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부산시가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주거용 용적률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갈수록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부산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조헌희 부산시 주택건축정책과장은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겠지만 법제처의 해석을 그대로 적용하면 피해가 속출할 수 밖에 없다”면서 “타 시도의 사례와 산하 구·군의 의견 수렴을 통해 시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부산시 경제특보는 “(법제처가) 너무 쉽게 접근한 거 같은데, 피해를 구제하는 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위 규정을 손 보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책을 근원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피해가 예견되는 주택건설업계에선 “일단 유예기간이라도 달라”고 호소한다. 성석동 부산시주택건설협회장은 “일단 당장 막대한 피해를 보는 억울한 사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태 부산시건축사회장은 “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안을 질의회신만으로 정책에 반영해 혼란을 야기해선 안 된다”면서 “법령의 용적률 완화 취지를 고려하고 현장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유예기간을 거쳐 법 개정 절차를 밟아나가는 등 예측가능한 행정으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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