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좋은 이웃 나쁜 이웃 이상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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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소설가

전례 없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요즘 아이들은 옆자리 짝도 없는 쓸쓸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본래 짝이란 학교생활에서 꽤 유의미한 환경적 요인이다. 주위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심지가 대단히 굳건한 학생이 아니라면 말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짝을 정하는 방식은 번호순이나 키순, 추첨제가 흔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어서, 어떤 교사는 등교하는 순서대로 자유롭게 자리를 정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찌감치 대한민국의 서열화에 적응하라는 의미로 성적순으로 앉히거나, 유능한 또래의 도움을 통해 인지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비고츠키의 이론에 따라 우등생과 열등생을 짝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웃은 삶의 질에 중대 영향 미쳐

좋은 이웃 만난다는 건 큰 행운·복

나쁘거나 이상한 이웃은 끔찍해

국가 사이에도 이웃은 반드시 있어

방사성 오염수 방류하겠다는 일본

저 막무가내 이웃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주위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아이였기 때문에 누가 짝이 되느냐에 따라 학교생활의 만족도가 달라졌다. 어떤 짝은 책상 가운데에 선을 그어놓고 내 학용품이 선을 넘어가면 모조리 가져갔다. 늘 화가 많이 나 있거나 모든 문장에 욕을 붙여 말하는 짝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보통 일주일에서 한 달 사이에 자리가 바뀌었으므로 아무리 불편한 친구와 함께 앉게 된다 해도 언제나 희망은 있었다는 점이다.

그에 비하면 자신이 주거하는 지역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의미는 좀 더 고정적이고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주 거처를 옮겨 다니던 시절에야 내 이웃이 누구인지 파악할 틈도 없었지만, 한 집에 정착해 지내던 지난 십여 년 동안 나는 내가 특정한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함을 차츰 알게 되었고 이전에는 몰랐던 이웃의 의미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어떤 이웃들은 다정하고 웃음이 많으며, 친절하고 공공의 질서를 잘 지킨다. 그런 이웃을 만나면 우리도 덩달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마음이 봄날처럼 따뜻해지면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어쩌고 하며 노래까지 흥얼거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기만 하겠는가. 어떤 이웃들은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다 쓰레기를 던져놓고, 공동 공간에서 흡연을 한 후 아무 데나 담배꽁초를 버리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쿵쾅거려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그런 이웃을 만나면 우리는 분노의 화신이 된다.

해결 방법은 셋 중 하나다. 참거나 싸우거나 이사 가거나. 하지만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라면 참다가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고, 싸우자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상한 이웃을 피해 이사를 했는데 그보다 하드코어한 이웃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면 어쩌나. 가령 재능은 없는데 열정은 많은 옆집의 초보 연주자가 절차탁마하겠다며 밤마다 최선을 다해 색소폰을 불어 댄다면? 그러니 이웃을 잘 만나는 것은 대단히 큰 복인 것이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해 보면 국가 사이에도 이웃은 있다. 그 이웃은 거대하고 강력하며 불변하는 존재다. 마음에 안 드는 짝이나 이상한 동네 이웃은 그에 비하면 귀여운 축에 속할 것이다. 이웃 국가를 잘못 만나면 삶이 총체적으로 꼬일 수 있다. 도망을 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물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 약 125만 톤을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닷물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으므로 일본이 계획대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지구 전체의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괴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직접적이고도 막대한 피해는 그들과 인접한 우리가 겪게 될 것이다. 이토록 반인륜적이고 무책임한 이웃의 결정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무래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우리의 침묵과 무관심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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