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안했어요" 반성문에 억울함 호소 후 극단적 선택한 여고생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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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쪽지시험 도중 교사가 부정행위 의심에
수업시간 학교 나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

자료사진. 부산일보DB 자료사진. 부산일보DB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영어 쪽지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은 학생이 반성문에 커닝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뒤 수업 도중 학교를 나와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 양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12일 안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경북 안동의 B 여고에 재학 중인 2학년 A 양은 지난 10일 학교 앞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 A 양은 1교시 영어 수업 때 수행평가로 쪽지 시험을 봤지만, 교사에게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해당 수행평가는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이었다.

교사는 A 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해 커닝을 의심했다.

A 양은 영어 수업 때부터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줄곧 부인했지만, 교사는 부정행위를 간주했다. A 양은 교무실 한쪽 공간에 앉아 반성문을 썼다. 하지만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 양은 반성문에 "(교사가 커닝했다고 단정 지은) 쪽지 속 문장이 수행평가지에는 없다.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다"라고 썼다. 이후 A 양은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A 양은 교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교문을 나섰고, 경비원은 "어딜 가느냐"고 물었을 때 "문구점에 다녀오겠다"라고 답해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후 A 양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의 신고로 A 양은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에 A 양의 유족은 "반성문을 쓰게 한 영어 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따져 물었다면 A 양이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해 투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양의 언니는 "그날 영어 시험은 15분간 진행된 간단한 테스트였고 단어 몇 개만 암기하면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시험이었다"며 "동생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부정 행위자로 몰려 더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교도 크게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인 11일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A 양이 학교를 나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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