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에 윤석열 대권 스텝 꼬이나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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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입당 결단 요구 거세질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묘한’ 대권 행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뚜렷해질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물밑에서 국민의힘 안팎 인사들과 접점을 넓혀가면서도 전대 직후 입당설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 선출 이후 입당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그가 조기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윤 전 총장의 대권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유의 ‘전언 정치’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당 안팎의 여론이 늘어나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주변에 이 대표 체제 국민의힘 출범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입당 가능성에)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원론적인 태도에서 변화가 없는 셈이다. 유력 대권 주자로서 국민의힘 쇄신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 밖에서 몸값을 키우는 것이 우월전략을 이어가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국민의힘 전대 과정에 나타난 ‘이준석 바람’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사견임을 전제로 “윤석열, 이준석 현상은 다르지 않다. 기존 여의도 문법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그런 관심이 지지율로 나타난 것이니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전날(13일) 이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로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에게 “대선 경선 일정을 8월 중순에는 시작해야 하니 가급적이면 (윤 전 총장이) 빨리 입당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에 돌입한 것으로 비친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도 수시로 윤 전 총장을 향해 8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당내 대선 경선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정 후보를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소위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이다. 윤 전 총장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본인에게 직접 확인시킨 셈이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 일방적인 ‘구애’를 보내지 않는 것은 당내에서 윤 전 총장의 대권 경쟁력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최근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있다. 스스로 만든 ‘이준석 돌풍’과 맞물린 독자적 대권 쟁취, 이른바 자강론에 무게가 더해지는 대권 구도를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실제 당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행보에 ‘간석열’(간 보는 윤석열), ‘카더라 정치’라는 조소가 터져나온다. 당장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권에 후배 검사들이 분노하는데 (윤 전 총장이) 정치 공학으로 일관하고 있다”, “빨리 수면 위로 나와 검증을 받고 비전을 보여라”며 최근 윤 전 총장을 여러 차례 겨냥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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