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내리막길’ 신모라교차로, 근절책 마련 ‘하세월’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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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 인근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 인근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500일이 지났지만, 근본 대책인 우회도로 건설은 지지부진하다. 이곳은 급경사 지역으로 매년 10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9일 부산 사상구 신모라교차로. 이곳은 백양터널 요금소에서 사상 방면으로 길이 930m에 이르는 편도 4차로 구간이다. 급격한 내리막길로 대형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공포의 내리막’으로 불린다. 교차로 인근에는 ‘급경사 엔진 브레이크 사용’, ‘교통사고 많은 곳 절대 감속’이라는 교통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날도 신호에 걸린 대형 덤프트럭이 교차로 앞에서 급격히 속도를 줄이며 앞 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 인근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 인근

이곳은 지난해 1월 레미콘 차량이 교각과 충돌해 운전자 A(62) 씨가 숨진 곳이다. 당시에 브레이크가 고장 난 A 씨의 차량이 다른 차량들과 충돌 전에 방향을 꺾어 혼자 교각과 충돌해 대형 사고를 막았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2019년에는 23t 화물차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받아 6중 추돌사고가 났고, 2018년에는 25t 트럭이 정차 중이던 차량을 치어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1명이 다쳤다.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이곳에서 2018년부터 3년 간 총 31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기간 인명 피해만 24건이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김정훈(45·사상구 모라동) 씨는 “몇 년 전에 차를 몰고 교차로 인근 지나가다 급제동을 못 한 대형 트레일러와 아슬아슬하게 스쳤는데 2~3초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면서 “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칠 정도로 아주 위험한 곳으로 주민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심장이 떨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중당 북사상강서구위원회가 모라동 주민 273명과 화물차 운전자 4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화물차 운전자 91.5%와 주민 96.7%가 ‘위험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레미콘 차량 기사 사망 등

3년간 교통사고 31건이나 발생

교통안전시설 보완은 ‘미봉책’

백양터널~낙동대로 우회도로 등

근본적 대책 요구 목소리 높아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 인근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 인근

사상구청은 이곳을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 사업에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국비 1억 등 예산 2억 1900만 원을 투입해 발광형 표지판 설치, 충격흡수시설, 횡단보도집중 조명시설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백양터널에서 낙동대로로 내려가는 우회도로 건설이나 5t 이상 화물차 통행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창식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1998년 도로 개통 당시 설계 경사 최대치인 17~18%에 육박할 정도의 급경사로 애당초 위험하게 설계된 곳”이라면서 “노후한 대형 차량이 주로 브레이크 문제로 많은 사고가 나는데 이미 만들어진 도로는 깎을 수 없으니 우회도로가 안전사고를 막을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사상구의회서도 우회도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상구의회 김향남 의원은 “현재 우회도로는 구청 차원에서 계획만 세워 놓은 상태로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부산시에서는 전혀 의지가 없다”면서 “매일 여기를 지나는 주민들은 생명이 달린 문제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더 희생돼야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도로법에 따라 5년마다 부산지역 도로 관리에 대한 총괄적인 용역을 추진하는데 여기에 신모라교차로 우회도로가 포함은 됐다”면서 “하지만 가덕신공항, 월드엑스포, 지하도로망 등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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