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기장'…아는 사람만 아는 기막힌 장관 넷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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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은 2020년 코로나 사태에도 2019년보다 오히려 방문객이 늘어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한국관광공사가 KT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해안을 따라 늘어선 음식점과 카페들이 최신 관광 명소다. 하지만 부산 전체 면적의 4분의 1 이상(28.4%)을 차지하는 기장에는 드라이브와 맛집만 찍고 지나치기는 아까운 풍경들도 많다. 한걸음 더 들어간 기장의 숨은 명소 네 곳을 찾아갔다.


둑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소웰빙공원의 호수와 숲길 산책로. 둑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소웰빙공원의 호수와 숲길 산책로.

■여기가 비밀의 사진 명소-용소웰빙공원

기장에는 저수지가 많다. 농업 지역의 흔적이다. 논밭이 있던 곳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용도가 다한 저수지 여럿이 공원으로 바뀌었다. 서부주공아파트 뒷편 용소웰빙공원은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 가는 경관을 자랑한다. 2008년 느티나무 외 10종 6만 주와 수생식물 등으로 조성됐고 그 해에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공원 입구에서 둑길 전망대로 올라서면 아담한 호수와 호수 주위 산책로가 내려다보인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숲으로 아늑하게 둘러싸인 호수와 둑 아래 비끄러매놓은 배 한 척, 산책로에 줄지어선 메타세쿼이아, 정면 시야 끝에 걸리는 부산울산고속도로 교량까지 어우러져 광활한 자연 풍경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포토스팟이다.

산책로는 정자와 흔들의자, 벤치가 있는 둑길과 어린이 놀이터와 배드민턴장, 운동기구 등이 있는 맞은편 이벤트 광장 사이로 호수 주위를 둥그렇게 잇는다. 오른편으로 메타세쿼이아 아래를, 왼편으로는 산 아래로 조성된 야생화 단지를 지난다. 산 방향 일부 흙길과 이벤트 광장 주변 보도블록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무 덱 길이다. 용이 나온다는 뜻의 이름을 따서 호수 위를 용트림하듯 구불구불 지나는 덱과 짧은 출렁다리 구간도 있다.

산책로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 정도 걸린다. 햇볕을 피할 수 있고 중간중간 벤치와 원두막, 나무 탁자처럼 쉬어갈 곳도 있어서 돗자리를 들고 도시락을 싸서 온 사람들도 보인다. 산길 구간에서는 산성산 등산로도 연결된다. 옛 동래로 오가던 기장옛길 일부 구간이 포함되는데, 해산물을 이고 지고 장터를 오가는 서민들이나 동학혁명과 일제강점기 당시 청년들이 넘나든 기장의 관문이었다 한다.

주민들에 외지인까지 입소문도 꽤 나서 화창한 주말이면 진입 광장까지 차들이 줄을 선다. 진입 광장에서는 회차가 어려우니 일찌감치 차를 대고 걸어올라가는 편이 낫다. 기장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서는 1km 정도 거리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만큼 안전하고 쾌적한 1만 보 코스는 흔치않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만큼 안전하고 쾌적한 1만 보 코스는 흔치않다.

■최상의 만 보 걷기 코스-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해안 구간 내 시랑리 동암항 끝에서 서암항이 보이는 연화리 입구까지 조성된 2.1km 길이 산책로다. 대게식당이 있는 더이스트인부산 건물 옆에서 내려가면 산책로 입구가 나온다. 아난티힐튼 호텔·리조트 단지 앞으로 잔디광장과 함께 해안길이 시작된다. 너른 잔디밭에서도, 자연이 빚은 기기묘묘 갯바위들이 눕거나 솟아있는 자갈해변에서도 아이들이 제일 즐겁다.

호텔·리조트 단지 구간이 끝나면 기암절벽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솔길 산책로다. 군부대 초소 담장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다시 탁 트인 광장이 나온다. 오랑대 구간이다. 여기서는 바다 쪽으로 50m 남짓 바윗길을 따라 해광사의 해상 법당 용왕단에 올라갈 수 있다. 법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바위 위에 올라서 보는 수평선에 속이 뚫린다. 산책로 위로 한때 차박의 성지였던 무료 주차장 부지에는 지난해 4월 유료 오랑대공영주차장이 생겼다.

이르면 내년 반얀트리 호텔·리조트가 들어설 부지를 끼고 멀리 서암항의 흰색 젖병등대와 붉은색 닭볏등대를 바라보며 좀 더 걸으면 기장해안로와 연화1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산책로가 끝난다. 왕복하면 대략 1만 보. 이렇게 안전하고 쾌적한 1만 보 코스는 어디서도 찾기 쉽지 않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을 서너 차례 올 때마다 보행 환경이 갈수록 개선됐다. 질척한 진흙길이 포장길로 바뀌고, 쭈뼛쭈뼛 지나치던 군부대 해안초소가 담장으로 구분되고, 무속인 천막들이 사라지더니 산책로를 따라 송엽국, 꽃창포 같은 팻말을 세운 꽃밭도 생겼다. 지금은 거의 완성형이다. 전 구간이 황토포장길이고 계단이나 턱이 없어 유모차나 반려견을 동반한 산책자들이 많다. 고등어, 치즈, 턱시도, 올블랙, 카오스까지 각양각색 털색의 길고양이도 느긋한 모습으로 산책을 함께한다.

아난티힐튼 주차장이나 오랑대공영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동암항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와도 된다. 버스를 탄다면 동암후문, 해광사, 기차여행 정류장에서 산책로로 진입할 수 있다.


신평소공원 배 모양 조형물에서 내려다본 갯바위가 해무에 휩싸였다. 신평소공원 배 모양 조형물에서 내려다본 갯바위가 해무에 휩싸였다.

■지나치면 서운한 공원-신평소공원

신평소공원은 일광 신평마을 언덕마루 해안에 2010년 조성됐다. 2차로 옆 암석 해안을 따라 길이 300m가 채 안 되는 좁고 기다란 부지에 팔각정과 체육시설, 잔디밭과 계단식 전망대, 배 모양 조형물, 나무 덱 산책로와 몽돌해변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차있다. 길 위로는 드메르펜션에서 카페솔까지, 바다 전망을 내세우는 음식점, 카페가 나란하다.

식당이나 카페에 온 김에 우연히 공원에 들어선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해안을 따라 쭉쭉 뻗은 기암괴석들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데, 바람이 불면 바위 사이로 치는 높은 파도가, 안개가 짙으면 드라이아이스를 피운 것처럼 신비로운 해무가 해안을 집어삼킨다. 주말이면 짧은 몽돌해변 구간에서 맑은 바닷물에 발목을 담그고 아이들과 함께 고둥이나 게를 잡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공원이 있는 신평마을은 오영수 작가의 소설 ‘갯마을’과 소설을 원작으로 한 김수용 감독의 1965년작 동명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다. 영화 속에 담긴 옛 어촌과 기장 해녀의 모습은 세련된 카페촌으로 바뀌었지만 그때 그 바다의 절경은 그대로다.

이곳 바위에는 이야기가 있다. 윷판대라는 바위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장수와 왜나라의 장수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자 바위에 윷판을 새겨 윷놀이를 겨뤘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지금도 윷판 흔적이 남아있다는데, 과거 사진에서는 보이는 안내판이 사라져 카페솔 아래 기세 좋은 넓적 바위가 아닌가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지난해에는 이 곳 백악기 퇴적암에서 20cm 내외 공룡발자국 10개 이상이 발견됐다는 뉴스도 있었는데 위치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어 아쉽다.

공원 입구에 5대 정도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동해선 일광역에서 버스나 마을버스를 타고 신평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은진사 입구. 경내 어디에나 가지각색 야생화가 천지로 피어있다. 은진사 입구. 경내 어디에나 가지각색 야생화가 천지로 피어있다.

■야생화에 진심인 사찰-은진사

은진사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서생면 경계에 있다. 31번 국도로 오다 보면 멀리서도 이 절 약사대불전의 커다란 불상이 보인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면 ‘은진사야생화’ 유튜브 채널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먼저 맞이한다. 돌아와 찾아보니 지난해 3월 개설한 채널의 최신 콘텐츠는 주지 도곡 스님이 구수한 사투리로 직접 캄파눌라 화산석에 분갈이를 하고 이끼를 붙이는 지난 10일 자 영상이다.

은진사는 야생화로 유명한 조계종 사찰이다. 1500여 종 야생화를 나무나 분경, 분재로 정성껏 가꾸는데, 쉽게 보기 힘든 희귀 품종도 많다. 계절마다 다른 야생화 풍경에 불자만큼이나 종교와 관계없이 야생화를 즐기러 오거나 사진을 찍으러 오는 단골 방문객들이 있다. 봄이면 찔레덩굴, 여름이면 연꽃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최근에는 수국이 막 만개하기 시작했다.

경내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12지 석상 사이로 야생화 분경에 물을 주고 있는 스님이 보인다. 짧은 입구를 통과하면 다육식물 화분을 판매하는 곳이 있고 오른쪽으로 동굴법당과 연잎밥 식당인 연당 방향 갈림길이 나온다. 위로 올라가면 지장전, 관음전, 산신전을 거쳐 약사대불전으로 갈 수 있다. 툭툭 떨어지고 있는 자두를 피해 들어갈 수 있는 동굴법당도 이색적이다. 작은 폭포나 잉어가 헤엄치는 연못에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마주치는 갖가지 야생화에 마음도 덩달아 화사해진다. 수국은 양쪽길 모두에 있다. 연당 뒤편으로 펼쳐진 연못의 연꽃은 아직 피기 전이다.

글·사진=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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