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코인연구소] "나만 없어, 코인" 가상화폐, 멋모르고 시작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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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가 등장하고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된다. ‘회사 동료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오늘 가격이 얼마 올랐다더라’ ‘코인 수익으로 뭘 샀다더라’ 등의 소문들이 무성하다. 나만 빼고 말이다. TV 메인뉴스, 경제채널에도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관한 말들이 한 꼭지를 차지하고 정규편성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고 있으니 가상화폐를 모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 벌기 힘든 시기에 푼돈으로 몇백, 몇천만 원을 벌었다는 경험담은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외면하려 해도 주변에서 온통 코인 관련된 말만 들려오니 혹시 나만 시대에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도 야기시킨다.

현재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최소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이 수중에 있어야 시작 가능한 기존의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에 비해 가상화폐는 몇만 원으로 투자가 가능하니 재미로 시작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종목이고, 주식은 수익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하루에도 수배 널뛰기를 하는 종목이 많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바라는 '투기성 투자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코인시장은 누군가 손실을 봐야만 내가 이익을 보는 '투기시장'이다. 주식시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상당히 다르다. 주식은 회사와 제품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지만, 코인은 오로지 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다. 코인의 거래 변동 폭은 주식보다 몇 배나 크다. 일부 투자자는 변동 폭이 크다는 이유로 도박과 같은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가상화폐시장이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자다가도 알림 벨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내가 소유한 코인 가격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코인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코인은 실체는 없더라도 시장 참여자가 많으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이를 역이용해 가격상승을 조장하는 이들도 있다. 주식시장은 증권예탁원에서 거래 감시가 가능하지만 코인시장은 감시가 거의 불가능한 무법지대나 다름없기에 가격조장이 더욱 만연하고 있다. 어떤 코인은 잠든 사이에 몇배나 오르기도 하고 식사 중에 반토막 나기도 하는, 놀랍고 무서운 등락 그래프를 그리기도 한다. 하루에 부자가 되기도 하고 쪽박을 차기도 하는 곳이 코인시장인 것이다.

'코인광풍'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발단이 됐다. 초기 비트코인은 ‘전자화폐(Electronic coin)’라 칭하던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거래되었고 그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점차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결국 비트코인은 정보기술의 최대 목적인 ‘해킹이 불가능한 보안시스템’으로 성장했고 신기술로도 활용 가능하게 됐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뛰어넘을 암호화폐는 아직 없다. 블록체인 기술과 상관없는 '아류 코인'이 난무하고 있는 지금의 코인시장에서 광풍의 중심에 있는 많은 가상화폐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해당 암호화폐를 만들기 위해 구현된 기술이나 코인의 쓰임새 등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투자하는 이는 적다. 코인시장은 언제든지 가격이 폭락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습득한 후에 접근해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기본지식이 바탕이 돼야 똑똑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남의 말만 듣고 '카더라통신'에 의해 투자해서 실패한 사례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함부로 투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어떤가. 오르고 있는 코인이라면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거나 사는 사람이 허다하다. 암호화폐는 이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던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적어도 해당 코인의 기술적 가치를 알고 투자해야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기술적 가치 없이 단지 사람들의 열망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가상화폐시장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광풍'처럼 거품시장이나 다름없다. 당시 농업혁명과 함께 발전한 농업 신기술은 일반인의 이해부족을 악용하여 광풍을 불러일으켜 전 유럽을 뒤흔들었다.

가상화폐가, 혹은 암호화폐가 비즈니스로서, 화폐로서, 기술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이해하기에는 분명 어려운 점이 있다. 과거 '튤립광풍시대'에 전문가들조차도 ‘튤립은 구강식물이다’라는 것 말고는 가치를 논하기 어려웠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분야라는 것이다. 어렵지만, 투자자라면 공부해야 한다. 기술을 이해하고 어디에 사용될지에 대해 직접 알고 투자해야 안전한 가치투자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동일시하고 있으며, 기술적 가치 또한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가상화폐시장을 지속시키는 부정적 동력이기도 하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각각 다른 개념이다. 각각의 개념 구분을 시작으로 공부가 바탕이 된 투자자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기용 객원기자 kinglky@hotmail.com / (주)리얼체크 비트코인뱅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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