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마약퇴치 기념의 날'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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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26일은 마약류 등의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류에 관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1987년 UN총회에서는 불법 마약류의 폐해를 인식하고 마약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마약류 남용 없는 국제사회를 만들 목적으로 6월 26일을 ‘세계 마약퇴치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도 2017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여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아편전쟁이 한창이던 1840년대 중국 사회에 만연했던 마약 중독자


UN 총회에서 이날을 마약퇴치의 날로 정한 배경은 아편전쟁이 한창이던 18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편전쟁을 치르던 당시, 중국 정부는 사회 전반에 팽배한 마약 중독이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사회 문제임을 인지해 적발·압수한 아편을 한 데 모아 불태웠는데, 그날이 6월 26일이다.

1987년 이전에도 세계 각국은 마약류로 인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서양에서는 코카엽에서 추출한 코카인이 남미를 비롯해서 미국 유럽까지 퍼져 있었으며, 마약카르텔이 국가 공권력을 무너뜨릴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동양에서는 양귀비에서 추출된 아편이 주로 사용됐는데, 아편전쟁을 통해 아편의 폐해나 위해성이 드러났지만 퇴치는커녕 더욱 발전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양귀비에서 추출한 모르핀이나 헤로인은 마약성 진통제로 일반 진통제와는 효과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중독성이나 금단증상도 아편에 버금갈 정도여서 말기암환자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마약류 진통제로 자리하고 있다.

아편은 중국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동지역을 거점으로 해서 동남아 등지에서 사용량이 확연이 높다.

아편과 함께 동양권에서 마약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게 필로폰(일명 히로뽕)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합성마약의 대표적인 물질이다. 1930~40년대 거치면서 태평양 전쟁기간 “필로폰으로 피로를 못느끼고 오랜 시간 일을 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한 일본은 어이없게도 정부가 나서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노동자와 군인들에게 강력한 피로회복제라는 이름으로 필로폰을 나누어 준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군이 일본을 지배하고 있을 시기, 필로폰이 마약이며 중독성과 금단증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정부 차원에서 공급을 차단하고 엄벌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나 전쟁에 징집된 군인들은 이미 필로폰 중독 상태였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본 정부는 짧은 시간에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장기적인 공급 차단정책을 유지했다.

일본 사람들은 국내에서 필로폰을 제조·공급이 어려워 지자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생산된 필로폰을 한국을 경유해 밀수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받았다.

밀수에 유리한 항구를 끼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부산은 마약(필로폰) 관련 범죄가 전국에서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필로폰을 제조했고, 한국산 필로폰이 품질이 좋다는 유명세도 타면서 부산하면 마약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필로폰을 비롯한 마약은 극히 일부 집단(조직폭력배나 일부 유흥업소 종사자) 내에서만 유통된 탓에, 정부나 국민은 마약의 폐해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학술적 기준으로 마약청정국 지위를 누렸다. 마약청정국 기준은 인구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인데. 우리나라도 2015년 이후로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정부는 마약(아편류, 코카인, 합성마약, 필로폰 등)과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 같은 수면제, 정신과 질환약 등), 대마(대마초, 대마오일, 대마쿠키, 신종 마약류) 3가지로 분류하여 관리를 해오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약류(마약, 향정, 대마)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식약처에서 집중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법을 개정했고, 그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약류는 특성상 은밀하게 거래되거나 점조직 형태 혹은 지인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법망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식약처 예산과 지방자치단체, 약사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라이온스 클럽 등) 후원금으로 1994년부터 마약퇴치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마약 공급차단이나 마약사범 적발은 검경이 담당한다. 마약퇴치운동부에서는 유치원·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마약을 비롯해 약물오남용 방지교육을 진행하며 마약류의 중독성 습관성 의존성의 위험을 알리고 있다.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사람들 중 초범이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기소유예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들 중 젊은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하얀 가루에 일회용 주사기로 상징되는 필로폰 마약시대를 벗어나 다양한 합성마약과 대마를 이용한 신종마약류(젤리 쿠기), ‘물뽕’으로 불리는 화학적 마취제 등이 클럽을 통해 유행하고 있다. 누구도 마약의 유혹과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정치인이나 정부 당국자, 국민도 인식해야 한다.

마약에 중독된 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 재활을 통해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재활교육과 치료가 꾸준히 병행되어야만 한다.

‘마약’이라는 단어가 일상 생활에서 흔한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도 걱정이다.

마약 떡볶이, 마약통닭, 마약토스트 등 중독될 만큼 맛있다는 표현을 위해 쓴 것일 테지만, 마약퇴치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최창욱 객원기자/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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