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했던 칸 영화제, 한국 영화인이 문 열고 닫는 셈이죠”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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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대표로 칸 영화제 참관 서승희 프로그래머 전화 인터뷰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쓰리 플로어스(Three floors)’ 상영 직후 모레티 감독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제74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한다. 서승희 프로그래머 제공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쓰리 플로어스(Three floors)’ 상영 직후 모레티 감독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제74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한다. 서승희 프로그래머 제공

“봉준호 감독의 깜짝 개막 선언부터 송강호 배우의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 선정, 폐막식 시상자로 선정된 이병헌 배우까지 칸 영화제의 문을 한국영화인이 여닫는 셈입니다. ‘기생충’(2019) 이후 높아진 한국 영화 위상을 실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서승희(사진)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서 프로그래머는 6일 개막해 17일 폐막하는 제74회 칸 영화제에 BIFF를 대표해 참석했다. 올 10월 열리는 BIFF에서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느라 한창인 서 프로그래머를 〈부산일보〉 취재진이 10일 인터넷 전화로 단독 인터뷰했다.

봉준호 깜짝 개막 선언 이어

송강호 경쟁부문 심사위원

이병헌도 폐막식 시상 참여…

한국영화 달라진 위상 실감

백신 접종률 높아 자유로운 표정

사무국 코로나 방역 대응 눈길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 개최를 거른 칸 영화제는 약 2년 2개월 만에 관객을 맞이했다. 서 프로그래머는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이 봉 감독이 거절할 수 없도록 직접 여러 차례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칸 개막식 참석을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여기서 만난 칸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니 봉 감독을 모셔오는 게 엄청 중요한 일이었고 영화계 아이콘으로서 봉 감독이 참석해 줘서 감사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봉 감독은 6일 열린 칸 영화제 개막식에 깜짝 등장해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올해 칸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배우 겸 감독 조디 포스터, 올해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과 함께 각각 한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로 개막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서 프로그래머는 “칸에서 외국영화인을 만나면 칸 영화제 후반부에 상영 예정인 홍상수 감독과 한재림 감독의 작품을 빨리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이후 한국영화의 위상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봉 감독의 ‘기생충’으로 절정에 달했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번 칸 영화제에는 한국영화 경쟁부문 진출작은 없지만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이번에 신설된 칸 프리미어부문에서 상영된다. 배우 송강호는 한국 배우로는 전도연에 이어 2번째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또 배우 이병헌은 영화 ‘비상선언’ 배우이자 한국영화인 최초로 폐막식 시상자로서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칸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 서승희 프로그래머 제공 칸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 서승희 프로그래머 제공

현지 분위기에 대해서 서 프로그래머는 “현장에서는 코로나19가 크게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면서도 “프랑스는 백신 접종률 50%를 넘겨 실외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서 노천식당에 사람이 많다. 다만 실내인 극장에서는 꼭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럽이 온라인 대응이 느린 편인데 이번에는 방역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칸 사무국이 있는 메인 건물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이내의 코로나19 음성 증명서가 필요한데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무료 검사를 받으면 6시간 안에 문자로 통보를 해 준다”고 전했다.

이번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의 수준이나 현장 반응이 놀랍다는 게 서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그는 “개막작인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의 반응이 아주 좋았고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아시아 감독의 작품으로는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나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작이 입에 오르내리고 후반부 상영 예정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도 기대가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전공한 서 프로그래머는 영화진흥위원회 프랑스 주재원으로 13년 일했고, 2019년부터 BIFF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화 번역가로서도 활약 중이다. 2019년 ‘기생충’ 프랑스어 자막 번역을 맡았고, 홍 감독의 최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를 비롯해 홍 감독의 작품만 8편 이상 자막 번역 작업을 했다.

그는 “매일 6편 이상, 많게는 8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데 부산영화제에 가져가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서 어떤 영화를 선정할지 행복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부산영화제의 무사 개최를 기원하는 유럽영화인의 마음처럼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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