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공간’을 ‘여가 공간’으로… 코로나 수혜 직종은 인테리어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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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양산의 한 인테리어 업체 최원제 대표는 “집을 영화관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고객은 코로나19로 집에 가족과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함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집콕’ 여파로 시공 늘어 ‘최고 성수기’

현장 인력 부족에 비용도 크게 올라


이후 최 씨의 손을 거쳐 주방에는 영화 스크린을 내릴 수 있는 장비가, 거실에는 커튼과 소파가 설치돼 영화 감상 장소로 탈바꿈했다.

최근 최 대표에게는 이런 인테리어 시공 주문이 쏟아진다. 20년을 통틀어 요즘 가장 바쁘다. 최 대표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집을 쉬는 공간을 넘어 즐기는 공간으로 보게 된 것 같다”며 “부엌에 바를 설치해 식당처럼 이용하거나, 영화관처럼 만들겠다는 등 ‘홈캉스’를 즐기려는 다양한 주문이 온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 대한 인식이 ‘주거’를 넘어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인테리어 시장 규모를 60조 원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2010년 19조에 불과했던 인테리어 시장이 1년 만에 3배 넘게 급성장한 것이다.

다만 갑작스럽게 치솟는 인테리어 수요에 정작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최 대표는 “한 달에만 20건 넘는 시공을 하다 보니 기존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람을 구하느라 주문을 미루거나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10년째 인테리어 시공기사로 일하는 송병주(46) 씨도 코로나19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주일에 1~2번 오던 주문 전화는 20회가량 늘었다. 아침 6시 반에 나가 오후 8시까지 쉼없이 일하지만 9월까지 빡빡하게 찬 일정을 다 소화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일당이 약 20% 늘었다. 25만 원이던 타일, 벽지 평균 시공 일당은 30만 원으로, 30만 원이던 목공 시공 일당은 35만 원으로 올랐다.

시공비가 부쩍 오르면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생겼다. 최근 최 대표를 찾았던 한 고객은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집 꾸미기로 활력을 찾아보려 했는데, 공사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고 비용도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다”며 집수리를 포기했다.

한샘서비스원 곽창훈 부장은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집 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주문이 30%가량 늘었지만 수요를 감당할 만큼 경력을 갖춘 시공업자들이 많지 않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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