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후쿠시마 부흥'과 고리원전 온배수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논설실장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이틀 앞둔 21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한 고층 건물 전망대에서 경비원이 근무 중이다. 뒤쪽으로 도쿄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될 일본 국립경기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이틀 앞둔 21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한 고층 건물 전망대에서 경비원이 근무 중이다. 뒤쪽으로 도쿄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될 일본 국립경기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에서 막 오른다. 33개 정식 종목에 걸린 339개의 금메달을 놓고 북한을 제외한 205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 소속팀이 기량을 겨룬다. 한국 선수단은 29개 종목에서 232명의 태극전사가 ‘금빛 사냥’에 나선다. 4차 대유행에 따른 ‘팬데믹 올림픽’이 현실화함으로써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TV 올림픽’ ‘안방 올림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유난히 돈 냄새가 많이 난다. 투입된 예산만도 한화로 17조 7115억 원에 달해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창궐에도 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운영비의 73%를 차지하는 방송 중계권료에 대한 집착 탓이다. 2021년에 열리지만 2020 올림픽이라는 명칭을 고수하는 것도 돈 때문이다. 대회 이름을 바꾸면 성화와 메달, 기타 상품 등을 다시 제작해야 하기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부른다.


도쿄올림픽 23일 역사적 개막

‘부흥’ 강조하며 후쿠시마 띄우기

진정한 부흥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고리원전 온배수는 ‘처리수’와 다른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고려해야

원전 통한 부흥, 본격 논쟁 필요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일본 경제 부흥의 열망을 담은 도쿄올림픽을 그들은 ‘부흥 올림픽’이라 부른다. 그 상징이 후쿠시마다. 2011년 3월 11일 지진과 쓰나미로 최악의 방사능 누출을 겪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기억을 씻고 ‘후쿠시마 부흥’을 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다. 성화는 후쿠시마를 출발해 121일간 일본 전역을 돌았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첫 공식 경기가 열린 곳도 후쿠시마다. 이쯤이면 ‘후쿠시마 올림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쿠시마 부흥은 일본인은 물론이고 인류애를 지닌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몽까지 말끔히 씻어 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현재 125만t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특히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 불과 18개월 뒤에는 동해 등 우리나라 해양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시뮬레이션까지 나와 한국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특정 설비로 정화한다고 해서 ‘처리수’라 부른다. 처리과정을 수 차례 반복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춘다고 주장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의 양해까지 얻었다고 강조하는 마당이어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을 막을 실효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오늘의 고민이다. 여기서 바다, 즉 해양은 육지와 비교할 때 환경파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어민 피해와 해양생태계 파괴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고리원전 1~4호기 온배수 피해 논쟁과 겹쳐진다. 원전에서 발생한 온배수가 바다 생태계를 변화시켜 미역이나 성게 같은 해산물에 어느 정도의 해를 끼치느냐 하는 용역조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다. 대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조사’ 용역비 반환소송을 기각했다. 고리원전 온배수 영향범위 등이 포함된 전남대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한수원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2007년 부경대·한국해양대 용역조사 보고서에서는 온배수 확산 범위가 5.7㎞, 어업 피해 범위는 7.8㎞로 나왔는데 2012년 전남대 용역팀 조사에서는 온배수 확산 범위가 8.45㎞, 어업 피해 범위가 11.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피해 보상을 해야 할 한수원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용역조사에 대한 과학적인 대응이 아니라 6년간의 소송전을 통해 보상을 질질 미룬 것은 공기업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온배수는 해수온도 상승으로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오랜 주장이다. 원전은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량의 3분의 1만 사용하고 나머지 3분의 2 열량은 냉각과정에서 바다에 버려지는데 원전 1기는 초당 50~70t의 바닷물을 사용해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고, 7~9도 데워진 온배수를 바다에 배출한다는 게 상식이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시켜 지구온난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에서 원전을 통한 ‘부흥’이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세계인의 우려를 씻어 내야 하고, 대선 후보로 나선 한국의 보수 정객들은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인 원전이 한강변을 비롯한 수도권이 아니라 왜 부울경에 집중되어 있는지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해 본선도 아닌 예선에서 굳이 개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게 지역의 입장이다. 여론 다양성을 살리되, ‘탈원전 친원전’ 논쟁은 본선에서 제대로 한판 붙어야 한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