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다시 맞이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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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술백신 프로젝트 ‘다시 이제부터’
11명 작가가 본 코로나 시대, 8일까지 F1963

상환 작가는 코로나 시대 일상을 무표정한 인물 군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금아 기자 상환 작가는 코로나 시대 일상을 무표정한 인물 군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금아 기자

“우리에게는 다시 맞이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코로나19 그리고 비일상의 일상화 시대를 풀어낸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부산문화재단은 코로나19 예술백신 프로젝트 ‘다시 이제부터’ 전시를 8일까지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 석천홀에서 개최한다.

‘다시 이제부터’는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현재 상태와 팬데믹 장기화에 대한 복합적 감정에 주목한 작품을 소개한다. 노순천, 박연경, 박영선, 변카카, 상환, 소연, 유은석, 조세민, 조재임, 하혜영, 황인지 등 11명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현시대의 사회적·개인적 현상을 표현한 섹션 1 ‘Nowadays’와 거리 두기·마스크 없이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던 일상 회복의 희망을 담아낸 섹션 2 ‘Re-start, Rest-art’로 구성된다.

섹션1은 거대한 군상으로 시작한다. 붉은 조명을 받고 서 있는 12명의 사람 모형, 검은 천 위에 거칠게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상환 작가는 표정 없이 동일한 모습의 인물들로 존재와 관계라는 가치를 잃어버린 현대인을 표현했다.

변카카 작가는 '제로섬'으로 지구를 뒤덮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오금아 기자 변카카 작가는 '제로섬'으로 지구를 뒤덮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오금아 기자

변카카 작가는 검은색 PVC 풍선 위에 사람의 형상을 한 돌기로 바이러스를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인간 사회가 활동을 멈추자 자연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주목했다. 작품은 지구를 뒤덮은 인간이 어떤 존재였고 또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유은석 작가는 ‘대리 항해’라는 작품으로 인간 사회의 건축물을 배 위에 설치해 기대와 강요에 의해 원치 않는 곳으로 끌려가는 상황을 표현했다.

유은석 작가의 '대리 항해' 시리즈. 오금아 기자 유은석 작가의 '대리 항해' 시리즈. 오금아 기자

섹션 2에서 황인지 작가는 서로 등을 밀어주고, 냉탕 안에서 아이들이 어우러져 놀던 목욕탕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목욕하는 하마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전시장 한쪽에 ‘소원 밀어 드립니다’ 코너를 만들었다. 때수건 모양 메모지에는 ‘마스크 벗고 다시 여행 가고 싶다’ 등 관람객들이 직접 적은 소원들이 적혀 있다.

황인지 작가의 '소원 밀어 드립니다' 코너에 관람객들이 적은 소원들이 붙어 있다. 오금아 기자 황인지 작가의 '소원 밀어 드립니다' 코너에 관람객들이 적은 소원들이 붙어 있다. 오금아 기자

소연 작가는 의인화된 얼룩말들이 친구·가족과 캠핑 등을 즐기는 그림으로 소소한 행복에의 복귀를 희망했다. 조세민 작가는 가상공간 속에서 고양이들이 흥겹게 춤을 추는 ‘너에게, 나에게, 모두와 함께’로 자아와 타아가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으로 관람자도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되어 같이 춤출 수 있다.

박영선 작가의 작품 '깊은 고독'. 오금아 기자 박영선 작가의 작품 '깊은 고독'. 오금아 기자

섹션 1과 2 경계에 놓인 대형 회화 작업은 박연경 작가가 2020년 4월 3일의 모습을 그린 ‘코비드-블루’이다. ‘산소가 부족한 바닷속에 사는 것도 아닌데 마스크 없이 숨 쉬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소중한지 몰랐던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언젠가 이 차갑고 푸른 바닷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다시 이제부터’=8일까지 F1963 석천홀. 051-754-043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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