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23. 연꽃 자세 (영상)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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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좌(正座) 또는 결가부좌로 불리는 연꽃 자세는 의식을 고정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명상의 자세이자 척추기립근을 강화하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시연 안순흥. 정좌(正座) 또는 결가부좌로 불리는 연꽃 자세는 의식을 고정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명상의 자세이자 척추기립근을 강화하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시연 안순흥.

부여 궁남지, 당진 합덕제, 무안 회산 백련지, 함안 연꽃 테마파크, 진주 강주 연못, 밀양 연꽃 단지, 고성 상리 연꽃 공원 등 전국 곳곳에서 연꽃의 개화 소식이 들려오는 시기이다.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임을 실감나게 한다.

누군가는 연꽃의 의미를 깨끗한 병 속에 담긴 가을의 눈, 비 갠 맑은 하늘의 달빛, 봄날의 햇빛과 함께 부는 바람이라고 했다. 연꽃의 맑고 기품있는 모습을 유감없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참 뜻을 헤아리고 미소 지었다고 하는 꽃이 바로 이 연꽃이다. 그래서 연꽃하면 으례 깨달음의 꽃, 빛의 꽃으로 통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상징으로 종종 비유되기도 한다.

연꽃은 우리나라에 불교문화가 들어오면서 불상, 불화, 탑, 건축물, 불구(佛具) 등에 널리 그 모양이 활용되었다. 고려 때는 연뿌리와 연꽃 봉우리까지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로 연꽃의 종교적인 상징성이 컸다.

연꽃은 우리 정신 문화의 한 중심에 피어 있는 꽃이다.

송나라 때 주돈이의 애련설이라는 작품이 전해온다. 그가 연꽃을 좋아하는 이유로 '진흙펄에서 나왔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기 때문에 좋아 했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아 좋아했다. 멀리 있을수록 향기가 더 진한지라 좋아했고,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 때문에 좋아했다. 군자 같은 꽃인지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꽃은 꽃잎이 지고 씨방이 여물어 가지만, 연은 꽃이 피면서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 원인과 결과가 늘 함께하는 인과

(因果)의 도리를 암시해 주고 있다.

연씨의 생명력은 꽃과 잎이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잎을 가지고 자라는 줄기와, 꽃을 가지고 나오는 줄기가 다르다는 데 있다. 절대로 한 줄기에서 잎과 꽃이 피지 않는다.

연꽃은 외롭게 혼자서 피게 된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우뚝 서 홀로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인도 고대 종교에서는 '무명(無明)을 깨치는 태양을 낳는 꽃'이었다. 그것을 범어로 하면 연이, 여니, 요니(yoni)라 한다. 그리하여 연꽃은 우주 창조와 생성의 의미를 지닌 꽃으로 믿는 연화사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요가에서는 우리 몸 안에 일곱 군데 에너지 센터인 차크라(chakra)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꽃으로 묘사된다.

불 속에서 연꽃이 핀다는 '화중생련(火中生蓮)'이란 표현도 예사롭지 않다. 번뇌를 일으켜 주변을 오염시킨 사람이 마음을 닦아 자신과 주위를 밝게 하는 깨달음을 얻었을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인도 델리에는 연꽃이 반쯤 핀 모습을 형상화하여 건축한 연꽃사원(Lotus Temple)이 있다. 세계에서 일일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청나라 건륭 때 심복의 자서전 부생육기에 나오는 중국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여인이라는 운(芸)의 연꽃차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여름에는 연꽃이 처음 필 때, 아침이면 피어나고 저녁이면 오므라든다. 운이는 작은 비단 주머니에 차를 조금 싸서, 저녁 때 화심(花心)에 놓아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이것을 꺼내어 샘물을 끓여 차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 차의 향은 유난히 좋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은은한 연꽃 향과 아내의 진한 사랑이 배인 연꽃차는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부러울 뿐이다.

옛 풍류객들은 먼동이 틀 무렵 연꽃이 꽃잎을 틔울 때 여기저기서 '퍽'하는 둔탁한 소리, 개화성(開花聲)을 들었다고 하는데 세상천지에 이만한 풍류가 또 있었을까?

연(蓮)에는 연인이나 애인이라는 우화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연밥을 따는 것을 채연(採蓮)이라고 하고, 곧 그 말은 연인을 골라잡는다, 러브 헌팅이라는 은유적 의미가 된다. 경북 상주에서는 연밥 따는 남녀가 연정을 주고 받는 대담 형식의 연밥 따는 노래 채련요(採蓮謠)가 전해 내려온다.

연꽃 자세는 완성된 모습이 마치 연꽃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범어로는 파드마 아사나라고 한다.

어깨는 긴장을 풀고 다리를 편 채 바르게 앉아 한쪽 다리를 구부려 반대쪽 허벅지 위에 발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올리고, 다른쪽 다리도 마찬가지로 발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허벅지 위에 올린다. 양무릎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게 한다.

양손은 무릎 위에 올려 두고 지혜를 상징하는 결인(結印), 즈나나 무드라를 취한다. 턱을 바르게 하고 물 속에서도 진흙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연꽃처럼, 몸이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척추를 똑바로 세워 양 어깨의 긴장을 푼 상태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이완한다.

연꽃자세는 정좌(正座) 또는 결가부좌로 불리며, 대부분의 종교와 수행법에서 가장 바람직한 호흡과 명상의 자세로 강조되어 왔다. 안정된 집중의 상태에서 의식을 고정시킬 수 있고, 각성 상태를 가장 자연스럽게 오래 유지할 수 있어 깊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기 좋은 자세이다.

또 척추기립근을 강화해준다. 근육의 긴장을 풀며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 일조한다. 특히 회음부에 있는 물라다라 차크라에서 정수리 백회 쪽에 있는 사하스라라 차크라까지 기(氣)가 관통해 흐르게 하는 효과가 큰 자세이다.

골반이 틀어져서 힘들거나 좌골신경통, 꼬리뼈나 무릎 관절에 이상이 있을 때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쌓이는 이슬방울 또르륵 똑 비우고/

진흙속 피워 올린 하늘나라 닮은 미소/

그 미소 고운 향되어 온천지를 향기롭게//

새벽별 떠오를 때 꽃망울 터트리는/

은은한 백련 홍련 님의 손길 닮은 사랑/

그 사랑 어둔 하늘을 대낮처럼 밝히네

(연꽃/최진태)


주장자를 내려치는 선지식의 기상으로 피어나 불볕더위 속 이 땅을 밝히고 있는 연꽃들의 합창, 그 소리없는 외침은 인간 세상을 향해 탐욕도 내려 놓고 번뇌도 떨쳐 버리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잠깐 멈춰 서 어떻게 해야 나라는 사람의 향기를 연꽃처럼 맑고 향기롭게 피워낼 수 있을지를 사유케 한다.

청정한 연꽃 향기가 세상을 덮으며 범부들의 세계에서 또 한번 조용히 연꽃을 들어 보이시는 영산(靈山)의 회상(會上)이 전개되고 있다. 이 한여름 밤에 나도 과연 그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인지, 연꽃 자세로 앉아 진득하게 명상에 들어보기를 권한다.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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