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엉터리 시공, 지자체는 손 놓아… 홈네트워크, 시민만 피해"
국회 산자위 김정호 의원 인터뷰
전국의 상당수 아파트가 ‘지능형 홈네트워크(이하 홈네트워크)’의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아 입주자들이 피해(부산일보 4월 15일 자 1면 등 보도)를 보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해온 국회의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 김해시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건설사는 비용 때문에 홈네트워크를 법대로 시공하지 않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손을 놓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지난 12일 오전 김 의원을 경남 김해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국 대부분 아파트 법적 기준 미달
정전 대비해 안전 확보 대책 촉구
홈네트워크는 공동주택 출입문, 엘리베이터, 전등, 난방 등 세대 내 모든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의 핵심 시설이다. 지난 2008년 국토부, 산자부, 과기부 등 세 부처는 관련법을 제정하고 기준을 마련했다. 김 의원은 올해 초 자신의 지역구인 김해 아파트 3곳에서 ‘홈네트워크가 법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며 건설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접하게 됐다.
국회 산자위 소속인 김 의원은 정부 부처나 경남도에 해당 문제를 질의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정작 문제점을 모르거나 잘못된 답변을 반복하는 현실에 깜짝 놀랐다. 김 의원은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진짜 몰랐거나 파장이 커서 덮고 넘기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관련 법령은 2008년부터 만들어졌지만, 홈네트워크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공되면서 갭이 생겼고, 정부나 지자체가 10년 넘게 챙겨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전국 대부분 아파트가 홈네트워크의 법적인 기술기준을 지키지 않아 전국에서 미시공 하자 보수 소송이 잇따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호남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홈네트워크 필수설비인 예비전원장치의 미시공은 명백한 하자’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소송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자체가 공동주택 사업승인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에서 홈네트워크를 챙기지 않았고, 건설사들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자체 사업승인 때 사업계획서에 첨부돼야 할 홈네트워크 설계도가 미비한 상태로 아파트 사업승인이 났고, 최종적으로 통신 감리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의무적으로 해야 할 건설사는 외면하고, 지자체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홈네트워크 미시공 피해로 안전 위협, 사생활 침해, 경제적 손실 등을 꼽았다. 정전 시 월패드가 제어를 못 해 문을 못 여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나 카메라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한국표준기술(KS)을 적용하지 않아 홈네트워크 기기 간 상호 연동이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즉, A 사의 에어컨은 월패드에 연동이 되지만, B 사의 에어컨은 연동이 안 돼 소비자의 선택권에 제약을 받는다.
김 의원은 지자체인 경남도청, 김해시와 지속해서 간담회를 갖고 업무 보고와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경남 아파트 51곳 홈네트워크 전수조사에서 정보통신 감리결과 보고서가 누락된 사실을 파악해 시정하도록 했다. 산자부에도 KS 표준을 지킬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세워 지자체로 통보하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지자체가공동주택 사업승인 때 홈네트워크 설계도와 시방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시공과정에서 정보통신 감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는 전국적인 사안인 만큼 아파트 입주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고, 정전 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관련 법령을 준수하도록 지속해서 챙겨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