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코인연구소] 암호화폐로 보는 디지털화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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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연합뉴스

화폐를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선사시대 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하며 자급자족의 삶을 살았다. 이후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이라는 방식이 등장했다. 물물교환이 성립되기 위해선 거래 상호 간의 필요성이 발생해야 한다. 또한 거래 당사자들이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야 했다. 시장은 이러한 동시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었다. 물물교환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당사자 상호 간의 욕구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늘 발생했다. 즉 누군가 판매하려는 상품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와 같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지불수단이자 가치저장 수단으로써 화폐를 개발했다.

화폐는 물물교환의 불편함과 불합리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교환의 수단이었다. 또한 가치를 저장하기가 수월했고 계산이 용이했다. 물론 화폐의 시대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화폐로 역할 했던 조개나 곡식은 재질의 문제로 보관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청동기 시대에는 금속화폐가 등장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금속은 어디에서나 귀한, 즉 희소성이 있었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화폐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의 화폐들과 비교하여 견고하며 운반이 편리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청동기 시대에는 다양한 금속이 화폐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금속에 따라 제련, 부식, 산소와의 반응, 채굴량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금속화폐의 결점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은 다른 금속에 비해 아름답고 희소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제련이 편리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왕가에서는 가짜 금의 유통을 막기 위해 왕가의 고유 식별을 금에 표기함으로써 화폐로 이용하였고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되었다. 은 또한 화폐로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은은 금과 함께 18세기 초반까지 전 세계 공통화폐로 기축통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은은 공기 중 기체와 반응하는 성질로 인해 금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다.

근대에는 종이화폐가 등장했지만 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단지 보증서 역할을 하였다. 1971년 이후 현대의 기축통화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달러는 단순히 종이가 화폐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종이화폐는 물, 불, 공기 등과 접촉하면 훼손이 되고 해당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학자들은 화폐로 종이보다 금을 더 지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대의 화폐는 금과 비교하여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화폐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국민이 화폐를 발행하는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신뢰를 잃는다면 화폐는 한순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시대를 변화시키는 혁신은 늘 우리와 함께 있지만 동시에 고정관념과 두려움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장애물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전 시대보다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혁신은 족쇄를 벗어던지고 전면에 나설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화폐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화폐와 비교하여 암호화폐는 교환 수단, 지불·저장 수단, 가치척도, 희소성, 익명성, 투명성 등 화폐의 모든 기능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각국의 정부에서는 기존 화폐의 좋은 점과 암호화폐의 장점을 모은 디지털화폐를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화폐가 세계적인 표준이 되는 그날 비로소 새로운 화폐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기용 객원기자 kinglky@hotmail.com / (주)리얼체크 비트코인뱅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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