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27. 요가의 향기요법(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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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의 명상 수련이나 이완 동작을 할 때 에센스 오일 한 두 방울을 떨어뜨린 뒤 가열해 발산하는 향을 맡거나 사와 아사나(송장 자세) 동작을 할 때 코 양옆 혈자리 부근에 한두 방울 묻혀주면 도움이 된다. 시연 안순흥, 황은주. 요가의 명상 수련이나 이완 동작을 할 때 에센스 오일 한 두 방울을 떨어뜨린 뒤 가열해 발산하는 향을 맡거나 사와 아사나(송장 자세) 동작을 할 때 코 양옆 혈자리 부근에 한두 방울 묻혀주면 도움이 된다. 시연 안순흥, 황은주.

좋은 향(香)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숲 속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습을 깊게 한다. 피톤치드 등 나무가 뿜어내는 좋은 숲 향기를 들이마시려는 사람들의 본능인 셈이다.

향은 범어로 간다르바(Gandharva)라 하는데 인도 신화에서 별자리를 관장하며 향만을 먹고 산다는 신(神)이다. 건달바(乾達婆)로 음역된다. 우리말의 건달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천상계의 악사(樂師)로서 천상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의 신으로 묘사된다.

향은 사람을 도취케 하여 감정을 환희의 세계로 이끄는 동시에 신비적 주술적 작용을 가지며, 태고부터 제례 의식 등에 활용되었다. 향의 연기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향의 사용은 인류의 문화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결코 냄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 호흡을 하려면 냄새를 맡아야 한다. 눈은 감으면 그만이나 호흡은 참고는 살 수 없다.

향은 본능에 의존한 가장 원초적인 소통 수단이라고들 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냄새를 통해 누군가의 첫인상이나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태초부터 냄새로 정보를 얻고 소통, 분석하던 본능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향은 그 자체 특성마다 고유의 파동을 지니고 있는 바 그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인해 인간의 감정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할 수 있다.

아로마가 향기를 내뿜으면 인간의 후각 신경이 뇌의 가장 오래된 부분인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에 직접 연결되어 온갖 감정과 정서에 관한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얼마 전 공전의 히트를 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현대 사회의 빈부 격차를 지하실 또는 반지하실의 냄새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냄새는 의식하지 않는 순간 선을 넘어 들어와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힘이 있다. 무의식 속으로 파고든다는 얘기다.

인간의 후각이라는 섬세한 감각을 활용해 기업이나 매장, 상품 등의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려는 '향기 마케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게 들린다. 향기 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게 마케팅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지 오웰은 계급 구분의 비밀의 코드를 '하층 계급은 냄새가 난다'는 한 줄로 풀어냈다. 마치 냄새를 통제하는 자와 그럴 수 없는 자의 차이가 신분의 귀천을 구분해 주는 듯한 의미로도 들리는 말이다.

우리에게 여유와 위안을 줄 수 있는 대상은 수없이 많겠지만 향은 그 중의 하나이다. '가장 좋은 향은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진 향이고, 가장 좋은기억을 가진 향은 결국 가장 익숙한 향'이라는 향 전문가의 말도 설득력 있게 다가 온다.

후각은 다세포 생물에게 가장 먼저 생겨난 감각으로 생존에 필수적이고 가장 심층적인 본능과 관련돼 있다. 인간의 후각은 포유류 중 상위권에 속한다. 인간 유전자의 3~4%가 후각 기관 형성에 관여한다는데 다른 감각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방향(芳香)의 발상지는 파미르 고원의 힌두교국인 인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인도에는 후추를 비롯해서 침향, 백당 등 그밖에 열대성 향료 식물이 많아서 힌두교의 분향 의식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향수와 향료 사용 사례는 삼국시대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유신은 향불을 피워 하늘에 맹세한 뒤에 무술 연마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처럼 된 향수의 시작은 약 5000년 전으로 올라간다. 고대의 이집트인들이 제사를 지낼 때 향기가 나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잎으로 즙을 내 몸에 바르게 한 것이 시초다. 향수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향수(perfume)의 어원도 라틴어의 '연기를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눈으로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코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색깔은 500만 개에 불과하지만 코로 구분할 수 있는 냄새는 1조 개에 달한다. 낯선 장소,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냄새로도 결정될 수도 있는건 그런 연유인 듯하다.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최고의 액세서리는 향수'라는 말을 남긴다. '향기가 없는 여자는 미래가 없는 여자'라는 말도 그에게서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이며 가장 많이 팔린 향수라는 '샤넬 NO.5' 출시자이기도 하다. 유명 여배우 마를린 몬로가 '내 잠옷은 샤넬 NO.5다'라고 했던 말이 퍼지면서 이 향수는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그는 '럭셔리의 반대말은 가난함이 아니라 천박함'이라는 신랄한 독설을 날리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코르가슴'은 향 때문에 쾌감이 최고조에 달해 흥분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신조어가 등장 했다는 것은 그만큼 향에 대해 관심도가 예민해졌다는 반증이다.

가수 장범준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프향이 느껴진 거야'라며 향기가 들어간 한 구절의 노랫말로 옛사랑을 추억한다. 누군가에게 특별하고도 독특한 향기로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은 만인의 로망인 것을.

그림책 '계절의 냄새(양양, 노란 상상)'를 보면 유리병에 냄새를 모으는 아이가 등장한다.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듯이 아이가 계절마다 냄새를 모아서 유리병에 담는 장면이 인상깊다. 한번쯤 동심으로 돌아가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듯이, 향기도 주고 받는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장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오늘처럼 대면한다. 이처럼 친숙한 냄새를 맡으면 순식간에 과거로 회귀하기도 한다. 코 끝의 감각과 가슴 언저리가 촘촘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문화민족일수록 냄새 문화가 고도로 발달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원초적인 후각 본능을 적절히 충족해주는 수단이 과학적으로 개발되었음을 의미한다.

아유르베다(Ayurveda)는 5000년 이상 일상에서 활용된 인도의 전통의학을 총칭하여 이르는 말이며, 우주와 인간을 상호 연관지어서 고찰하는 의학 체계이다. 아유르베다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치료의 한 방법이자 삶의 지혜이다. 그래서 생명의 과학, 생활의 과학이라고 한다.

아유르베다 속에는 아로마 테라피가 있다. 향기를 뜻하는 아로마(aroma)와 치료(therapy)의 합성어로, 각종 약용식물인 허브(her)의 잎, 열매, 꽃, 줄기, 뿌리 등에서 추출한 휘발성 향유인 에센셜 오일을 코의 후각 신경이나 피부를 통해 흡입시켜, 각종 증상이나 질병을 예방 치유하여 건강을 유지토록 하는 자연요법의 한 형태이다. 아로마는 그 종류에 따라 각기 효능도 다르다.

요가의 명상 수련이나 이완 동작 시 향기요법을 병행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체와 정신세계에 영향을 주어 요가의 효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용기에 적절한 에센스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후 가열하여 발산하는 향을 맡게 하거나, 향초 등을 피운다든가, 사와 아사나 동작 시에 코 양옆 영향혈(穴) 부근에 한두 방울 묻혀주면 더 깊은 휴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수천 년간 이어 오면서 향기가 깊은 호흡과 감정의 안정을 돕고 더 높은 정신 세계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자연 향을 맡으면 우리 영혼과 식물의 영혼이 만나게 되는데, 과학에 의해 식물이 감정과 의식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향이 미치는 효과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특정한 질병 등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아로마 사용에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바르게 수행한 수행자에게는 다섯 가지 향기가 난다고 하였는 바 그 향을 일러 오분향(五分香)이라고 하였다. 계향(戒香), 정향(定香), 혜향(蕙香), 해탈향(解脫香), 해탈지견향(解脫智見香)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지닌 향기는 꽃향기와는 달리 바람을 거슬러서도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하여 온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삿된 기운을 걷어낸 인격의 향기, 품성의 향기, 수행자의 향기라고 말한다.

달마대사의 향을 피운다는 말도 세간의 형상있는 향이 아니고, 무위정법(無爲正法)의 향을 말한다. 온갖 더러운 냄새를 물리치고 무명(無明)의 사악한 악업을 모두 끊어 소멸케 하는 향이다.

'냄새의 심리학'의 저자인 독일의 베티나 파우제 교수의 '우리는 자신이 풍기는 향기 그 자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링컨은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는데 '중년을 넘으면 자신의 향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요가를 통한 무형의 향기와 각종 아로마를 활용한 유형의 향기가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향기로운 삶을 누리는 요가수행자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요가의 향기

최진태

요가는/ 지나온 삶의 잘못된 흔적/ 지워 나가는 것/ 비틀린 것 굽은 것 펴게 하고/ 넘치는 것 퍼내고/ 줄어든 것 채워가는/ 조이고 닦고 기름칠 하는/ 심신 수선공의 여정

요가는/ 영원히 진실된 마음과/ 사랑을 가지고/ 지고한 영혼을 기억하는 것/ 불순물 걷어내며/ 나를 재탄생시키는 것

요가는/ 본래 가지고 있던/ 순수한 힘과 영적인 기질들을/ 오랜 기간 부단한 수련을 통해/ 서서히 축적해 가는 것

요가는/ 하늘빛 눈매를 향한/ 몸짓으로 맞닥뜨리는 천상의 나래짓/ 마음으로 다가가는 피안의 저 쪽/ 영혼으로 읊조리는 본연의 소리

요가는/ 침묵과 고요, 집중과 명상 통해/ 나와 연결된 우주의 문을 두드리다가/ 마침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가장 곱고 가장 향기로운/ 꽃 한송이 발견하는 것

그리하여/ 삶의 향기 배어 나오는 그 힘으로/ 우리 삶 다져 나가는 것

만향(萬香) 중의 으뜸인/ 알싸한 요가의 향기!

본래의 향에/ 이런 정신의 향, 영혼의 향이 결합되면/ 향의 신(神) 간다르바도 울고 갈/ 천상의 향기/ 온누리에 넘쳐 나리라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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