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왜 못 끊냐고요?" 약물중독과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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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퇴치운동사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대부분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마약중독에 관해 물어오는데, 몇몇 사람들은 마약중독의 위험성이나 폐해에 관해서는 선뜻 믿지 않는 눈치다. ‘제가 담배도 단번에 끊은 사람입니다.’ 하며 본인은 마약중독 따위에 굴하지 않을 특별한 사람인 듯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말처럼 쉬웠다면, 누구나 의지만으로 단약에 성공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약물중독 문제는 이미 해결됐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마약 투약이 불법의 범주에 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알코올, 게임, 도박, 마약을 일컫는 4대 중독은 꾸준한 관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만성질환과 공통점을 가진다. 굳이 분류하자면 만성뇌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재발률이 높고, 재발로 인해 당사자가 감수해야 할 사회적 책임비용이 비싼 것이 마약중독이다. 그들에게 재발이란 곧 재범을 의미하며 이는 곧 일신의 구금과 퇴직, 심할 경우 가정의 해체까지 감당해야 함을 뜻한다.

앞서 누군가 말한 것처럼 누구나 의지만으로 단약할 수 있다면 이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약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마약은 짧은 시간에 도파민을 비정상적으로 분비하도록 유도하여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한다. 정상적인 보상체계에 따른 도파민 분비가 귓속말이라면, 마약에 의한 도파민 분비는 확성기를 귀에 대고 고함 지르는 것과 같다. 큰 소리에 익숙해진 고막은 보통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더 큰 소리를 요구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엔 파열돼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마약의존자들은 끊임없이 마약을 갈구한다. 이전에 느낀 쾌락을 추구하지만 다시는 그와 같은 쾌락은 느낄 수 없다. 완치불가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약 의존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마약투약은 물론 범법 행위이고, 처벌이 마땅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지나치게 차갑다. 여타 4대 중독에 가지는 국민들의 관심과 다양한 정책지원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의존자에 대한 법적 처분 이후에는 그들이 보다 빠르게 치료받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중독을 만성뇌질환으로 본다면 당뇨, 고혈압, 에이즈 환자와 마찬가지로 관리에 초점을 둔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존자에 대한 일방적 배려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관점이다. 2001년 콜롬비아대학의 중독과 물질남용 센터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물사범을 처벌하여 교도소에서 관리하는 비용은 포괄적 약물 법원시스템 운영 비용이 훨씬 경제적이며, 1인당 치료 비용 역시 구금/격리수용 비용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특히 의존자들이 치료를 받는 중에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생산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현대사회는 중독사회라고 불릴만큼 다양한 중독이 존재한다. 필자는 물론 거리를 걷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중독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 무엇에든 중독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는 사회구성원에게 중독에서 회복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기회를 어떤 형태로든 제공해야 한다. 마약중독 치료와 재활사업이 활성화 되어 마약의존자들의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기를 오늘도 바란다.

최창욱 객원기자/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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