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1] 한국 단편 경쟁에 오른 12개 작품, 세계 최초 상영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중국 신인 감독 특별전

‘와이드 앵글’은 색다른 시선과 비전을 담은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섹션이다. ‘한국 단편 경쟁’과 ‘아시아 단편 경쟁’ ‘다큐멘터리 경쟁’ ‘다큐멘터리 쇼케이스’로 나뉘어 열린다. 올해는 일상의 순간을 차별된 시선으로 담은 작품이 돋보인다.


와이드 앵글 : ‘성덕’. BIFF 제공 와이드 앵글 : ‘성덕’. BIFF 제공
와이드 앵글 : ‘자화상: 47KM 마을의 동화’. BIFF 제공 와이드 앵글 : ‘자화상: 47KM 마을의 동화’. BIFF 제공

‘개미무덤’ ‘장갑을 사러’ 등 후보작

아시아 단편 10개 작품도 경쟁


■와이드 앵글

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12개 작품은 세계 최초로 상영하는 월드 프리미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단편영화를 네이버 시리즈온과 유튜브 영화 채널 등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이솔희 감독이 연출한 ‘개미무덤’과 이현주 감독의 ‘장갑을 사러’, 김준석 감독의 ‘그래도, 파이팅!’, 이루리 감독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등이 이 부문 후보작에 올랐다.

아시아 단편 경쟁 10개 작품은 중국과 인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 도착했다. 중국 리밍양 감독의 ‘사리’와 인도 헤만 쿠달레 감독의 ‘송아지’, 카자흐스탄 엘디아 마다킴 감독의 ‘살바도르 달리’ 등 아시아 각국의 사회·문화적 풍토와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는 한국 작품 다섯 편과 외국 작품 다섯 편이 초청됐다. 올해 눈에 띄는 점은 신구(新舊) 세대의 조합이다. 다큐멘터리계에서 이름난 감독들과 첫 번째 장편을 선보이는 신인 감독들의 공존이 두드러진다. 연예인 팬덤과 농부 댄서 등 사적인 이야기부터 부마민주항쟁, 대만의 2·28 사건 등 다양한 소재를 영화의 재료로 쓴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 가운데 오세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성덕’은 스타들의 팬덤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작품이다. 10대 시절 감독의 우상이었던 스타 정준영이 범죄자가 된 현재를 비추며 서울역 앞 태극기 부대까지 시선을 확대해 이야기를 펼친다.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은 부마항쟁을 다룬다. 역사적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과 당시 자료화면이 영화에 담긴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대학생과 재봉사, 전투경찰, 노동자, 버스기사, 사진기자였던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40여 년 전 기억을 쏟아낸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아카이브 자료들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아시아영화 중에는 중화권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인다. 대만과 중국, 홍콩의 작품이 여러 편 영화제 스크린에 걸린다. 대만의 ‘크로싱 엔드’와 ‘야생 토마토의 맛’을 비롯해 중국의 ‘자화상: 47KM 마을의 동화’ 등이다. 이 가운데 ‘자화상: 47KM 마을의 동화’는 중국에 실제로 있는 ‘47KM’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작은 시골 마을과 그곳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담겼다.

일본 유명 감독인 이누도 잇신의 다큐멘터리 ‘언네이머블 댄스’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다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과 ‘메종 드 히미코’(2005)로 잘 알려진 감독의 새 작품이다. 이번엔 70대 노장 배우 겸 댄서 다나카 민의 삶과 춤을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다뤘다.

이외에도 한국전쟁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3년간 비춘 ‘206: 사라지지 않는’과 왕십리에서 50년 넘게 노점을 한 할머니의 삶을 담은 ‘왕십리 김종분’, 인도 여성 전용 객차를 조명한 ‘여성 전용 객차에서’ 등이 이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은 색다르고 차별화된 비전을 보여주는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19편을 모았다. 일본의 니시지마 신지 감독은 100분짜리 영화 ‘표적’에 일본 극우 세력과 그들의 표적이 된 한 기자의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방송 PD였던 감독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받아들이는 극우 세력에 대한 시선을 확장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황철민 감독의 ‘기국서의 배우수업’과 부산 김지곤 감독의 ‘철선’도 이 부문에 소개된다. 일본 오쿠타니 요이치로 감독이 만든 ‘오도리코: 일본 스트립 댄서의 삶’과 홍콩 자오량 감독의 ‘아임 쏘 쏘리’, 미국 매튜 하이네만 감독이 코로나 바이러스 중환자실의 모습을 담은 ‘더 퍼스트 웨이브’ 등도 스크린에 걸린다.


중국 신인 감독 특별전 : ‘미래로 걸어가다’. BIFF 제공 중국 신인 감독 특별전 : ‘미래로 걸어가다’. BIFF 제공
중국 신인 감독 특별전 : ‘푸춘산의 삶’. BIFF 제공 중국 신인 감독 특별전 : ‘푸춘산의 삶’. BIFF 제공

베를린·칸 등에서 주목한 작품

총 7편, 부산 팬과 특별한 만남


■중국 신인 감독 특별전

올해는 중국 영화의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격변 속에서 작지만 분명한 소리를 내는 중국 신인 감독들의 영화 일곱 편이 소개된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디아오이난 감독의 ‘백일염화’(2014)는 한 전직 형사와 사건 피해자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방직성 경찰’(2003) ‘야간열차’(2007)에 이어 범죄 스릴러의 외피 속에서 삶의 모순 앞에 던져진 인물의 초상을 그린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에 소개된 리뤼준 감독의 영화 ‘미래로 걸어가다’(2017)는 한 가족을 조명하며 현실과 꿈의 간극을 짚는다. 고향 간쑤로 돌아간 가난한 부모와 부양의 책임을 떠안은 주인공이 급변하는 중국 사회에서 표류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구샤오강 감독이 만든 ‘푸춘산의 삶’(2019)도 중국의 개발 광풍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변화를 비춘 다큐멘터리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소개된 작품으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난제에 골몰하는 인간과 의연한 자연의 절경이 대비된 장면에선 영화의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이외에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웨이슈준 감독의 ‘융안 마을 이야기’(2021)와 송팡 감독의 ‘평정’(2020), 정루산위안 감독의 ‘그녀 방의 구름’(2020), 비간 감독의 ‘카일리 블루스’(2015)도 이 부문에서 관객을 만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