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매스토피아]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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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AI융합대학 인공지능전공 교수

요즘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접하는 내용은 코로나 감염자와 백신 접종자 수, 대선 후보들이 서로 헐뜯는 내용과 지지율 변동이다.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희망 메시지와는 거리가 먼 것들로, 이제는 듣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느낀다. 코로나19와 불경기, 그리고 격변하는 사회 트렌드 속에서 우리는 힘겨운 상황에 처했으며,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못 하게 된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실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존의 문제 직면

국민 행복 이끌 역량 가진 지도자 절실

독선 아닌 겸손과 공감 리더십 갖춰야


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 및 삶의 가치 변화에 대한 질문에 ‘나와 가족의 미래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라는 응답이 53%, ‘기존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응답이 41%였다.

삶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보다 근원적인 곳으로 돌려지고 있는 이때, 우리의 생존 문제를 해결해 줄 유능한 지도자를 어느 때보다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00년 뒤에도 살아남고 국민들이 행복하기 위한 정책과 방향을 내놓을 수 있으며,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맞게 그것들을 수정해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하다. 그런데 그러한 지도자를 우리가 직접 선출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표들이 국민의 의견을 대변해 국가를 운영하는 대의(代議) 형태이다. 사전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정부’, 즉 주권이 그 국민에 있어야 한다는 정치적 이념을 말한다. 모든 정치적 권력은 국민이 가져야 한다는 루소의 주장과 미국 헌법 첫머리에 등장하는 ‘We, the people’(우리, 국민들)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의적인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얼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가.

만일 선출 대표자들이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을 뽑아 준 국민의 의견을 반드시 묻고 반영하고 있다면 ‘국민에 의한 정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자들은 적어도 국민의 의견과 바람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에 하나 국민이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정당한 민주적 절차로 내려진 결정이라면 대다수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그 시행을 보류하는 등 정부의 판단과 행동이 정부의 주체인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려는 것임이 명백하다면, 민주주의 핵심 이념을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상적 대의 민주주의는 오늘날 우리나라는 물론이며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존하는 대의 민주주의 정부는 오히려 선출된 대표자들에 의한 독재 체제에 가깝다. 선거는 몇 년에 한 번 하고, 투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국민이 직접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으며, 선출된 대표가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국민이 직접 의견을 표출해 선출된 정부가 집권 기간에는 독재적인 행태로 정부를 운영한다면 이는 현대 대의 민주주의의 잔인한 아이러니다.

현대 대의 민주주의 정부에서 선출 대표는 국민이 가진 정치적 권력과 국민이 허가한 국민 결정권을 대신 행사하는 사람이므로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국민을 섬겨야 하며, 대표 지위가 국민에 의해 주어진 만큼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또 선출 대표는 국민의 의사와 결정을 대변함으로써 현대 대의 민주주의 정체성을 수호한다는 사명감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질과 역량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점차 인간적 접촉을 배제하는 언택트(Untact) 문화 속에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택트 기술이 지향하는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 가면서 인간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할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공감 능력만은 모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노동, 자본, 아이디어가 언택트 문화 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사회가 분화되고 파편화됨으로써 우리의 결속력이 약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따라서 국가, 지역, 학교, 기업에서 감성 리더십과 감성 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대선 후보자들은 대의 민주주의 정신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자신의 역할과 의무는 무엇인지, 또 어떤 지도자상을 갖고 이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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