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동네 ‘문화 일상화’ 선언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의전당에 상영작 입간판이 설치되면서 영화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영화의전당에 상영작 입간판이 설치되면서 영화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산일보DB

‘가을의 전설’ 부산국제영화제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6일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를 시작으로 15일까지 70개국 223편을 상영하는 대항해에 나선다. 지난해 BIFF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행사 없이 영화만 상영하면서 겨우 명맥만 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 분위기가 가득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5일 중구 비프광장 일대에서 3년 만에 활기찬 모습으로 열린 전야상영회가 달라진 올해 분위기를 먼저 느끼도록 해 주었다. 코로나 위기로 힘들게 제작한 작품을 내놓을 기회가 적었던 탓에 올해는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역대급 영화가 쏟아진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첫 잔칫상이 마련되었다. 이제 영화의 바다에 빠질 일만 남았다.


14개 구·군에서 ‘동네방네비프’ 열려

역대급 걸작 쏟아지는 가을 축제 활짝


올 BIFF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의 일상화’ 시도다. 3년 전에 시작한 관객 참여형 영화제 ‘커뮤니티 비프’를 확장해 부산 14개 구·군에서 ‘동네방네비프’가 열린다고 한다. 애써 해운대 영화의전당까지 가지 않아도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이나 서구 천마산 에코하우스, 사하구 장림포구 부네치아 등에서 달빛 아래 보는 고전 영화 ‘쉘부르의 우산’이나 독립 영화 ‘벌새’의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다. 여기서는 BIFF 공식 상영작 외에 주민이 직접 만든 마을영화나 요청 작품도 공개된다고 한다. 지역 맞춤형 영화제를 넘어 영화가 마을의 일상이 되는 ‘지역특화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한 것 또한 시의적절한 변신이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상이 아닌가. 영화 전문가들까지 “드라마도 광의의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제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품성이 있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성 감독들이 만든 아시아 영화를 ‘원더우먼스 무비’로 모아 특별전을 마련한 것도 좋은 시도로 보인다. 성년의 나이가 된 BIFF는 앞으로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치르는 최대 규모의 축제를 앞두고 800명이 넘는 자원활동가와 스태프가 전원 백신 접종을 마치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BIFF는 ‘다이빙벨 파문’과 고질적인 재정난, 코로나 사태까지 숱한 위기의 순간을 견디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BIFF가 비경쟁 영화제이자 미래 영화제로서 전 세계 5대 영화제를 목표로 한다니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의 일상화’로 내실을 기하겠다는 선언은 영화제 성공의 일등 주역인 부산시민을 더욱 신나게 만든다. 흥겨운 가을 축제가 시작됐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