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 "팬데믹 한계를 예술로 극복한 영화 기대"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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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 왼쪽부터 크리스티나 노르트, 장준환, 정재은 위원. 문경덕 인턴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 왼쪽부터 크리스티나 노르트, 장준환, 정재은 위원. 문경덕 인턴기자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발견하기 위해 뭉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단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7일 낮 12시 해운대 KNN 시어터에서 열린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는 크리스티나 노르트, 장준환, 정재은 심사위원이 참석했다. 건강 문제로 개막식에 불참했던 디파 메타 심사위원장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통해 참여했다.

인도 출신 거장 감독인 디파 메타 위원장은 공정한 심사를 다짐하면서 아시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심사위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편견도 없이 영화를 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인도 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인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한국 영화나 카자흐스탄, 이란, 중국, 일본의 영화에도 동일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어떤 국가에서 만들어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젊은 감독이 제시하는 비전을 보고 싶다”면서 “모든 편견을 버리고 영화의 퀄리티를 중점으로 두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심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석한 디파 메타 심사위원장. 문경덕 인턴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석한 디파 메타 심사위원장. 문경덕 인턴기자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위원장이기도 한 크리스티나 노르트는 “부산에 올 수 있게 돼 아주 기쁘고 기대된다”며 “베를린영화제에서 제가 맡은 일도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발굴하는 것인데, 이번 아시아 뉴 커런츠 부문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위원장 크리스티나 노르트. 문경덕 인턴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위원장 크리스티나 노르트. 문경덕 인턴기자

영화 ‘지구를 지켜라’로 이름을 알린 장준환 감독은 “이런 자리에서 멋진 작업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요즘 많이 침체돼 있는 영화라는 바다에서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 새로운 생태 교란종 같은 영화를 기대하면서 참석했다. 그런 영화를 발견해서 여러분에게 전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장준환 감독. 문경덕 인턴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장준환 감독. 문경덕 인턴기자

정재은 감독은 20년 전 BIFF와 연을 맺었다가 심사위원으로 돌아왔다. 2001년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남겼던 ‘고양이를 부탁해’가 BIFF 뉴 커런츠 부문 후보작에 올랐고,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 영화를 알리게 됐다.

정 감독은 “20년 전에 뉴 커런츠 부문 후보작으로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심사를 하게 돼서 뜻깊다”면서 “영화제를 통해 해외에 제 영화가 소개된 것처럼, 아시아 감독들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창구 같은 존재가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라고 했다.

이어 “20년 만에 같은 부문을 심사하게 되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젊은 감독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영화를 만들었을지 생각하면 모든 영화를 열심히 보고 좋은 작품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정재은 감독. 문경덕 인턴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정재은 감독. 문경덕 인턴기자

심사위원들은 코로나19로 영화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좋은 영화인을 발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디파 메타 위원장은 “지금은 굉장히 성장하기 어려운 시기”라면서도 “성장은 생각의 변화가 있을 때 성공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이 우리에게 새로운 창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이나 삶의 유한성을 일깨워준 것 같다”며 “지금은 죽음과 생존에 대한 열망이 혼재되어 있고, 제가 이전에 볼 수 없던 것들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극 감독 브레히트는 ‘예술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조각’이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우리가 보게 될 영화들이 바로 현실의 조각들”이라며 “그런 조각들을 보면서 우리는 성장을 꿈꾸게 될 것이다. 성장의 원동력이 될 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노르트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저예산으로 창의적인 시도를 한 영화를 많이 봤다.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많았다”며 “팬데믹 상황이 많은 악영향을 줬겠지만, 예술적 프로듀서들은 바로 그런 제약을 극복한다. 물리적 한계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극복한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감독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영화의 강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디파 메타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선 가족이 정말 중요한 주제인데, 이런 특성을 아시아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며 “두 번째로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욕망, 빈곤, 존엄한 삶을 위한 투쟁 등이 아시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나 노르트는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아시아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어렸을 때 홍콩 무협 영화를 보고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또 중국 왕빙(王兵)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중국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잘 그려냈고, 한국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기생충도 인상 깊었다”며 “아시아 영화에선 다양하면서도 공통적인 일관성 같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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