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반딧불이처럼 서로 빛이 된 싱글맘과 딸…‘반디’ 연출한 최희서
BIFF에서 만난 영화인
“세상에 남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에요. 그간 주변 인물로 그려졌던 싱글맘을 작품의 중심으로 데려왔죠.”
영화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를 함께 한 최희서 감독은 자신의 단편 ‘반디’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8일 오후 오픈토크를 마치고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근처에서 만난 그는 “이번에 첫 연출작을 공개해 너무 떨리다”며 “BIFF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너무 긴장해서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 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남은 사람들 이야기
첫 영화 힘들었지만 편집하면서 희열
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반디’는 한 싱글맘과 딸의 동행을 담는다. 감독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삶과 죽음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한다. 최 감독은 “3년 전에 처음 시나리오를 썼다”며 “이번에 연출을 결정하고 나서 각색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사는 아파트 뒤에 동산이 있다”며 “여길 거닐면서 본 노부부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전작에서 연기했던 싱글맘 캐릭터도 이번 연출에 영향을 끼쳤단다. 최 감독은 “그때 그 인물의 잔상들이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며 “영화 ‘다만 악에서 만나소서’에서 모녀 호흡을 맞췄던 박소이 배우와 다시 한번 만나게 돼 좋았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단편은 ‘봄’을 떠오르게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소영의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반짝이는 아이 덕분에 희망의 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연녹색의 나뭇잎과 돋아나는 새싹들, 따뜻한 햇살도 영화 전반에 가득한 것도 한몫한다. 최 감독은 “소영과 반디는 서로에게 빛을 주는 반딧불이 같은 존재”라며 “카메라의 방향이나 반디의 움직임을 잘 보면 좀 더 흥미로운 영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에도 반딧불이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소영의 마음을 함께 담았어요. 희망을 잃고 싶지 않은 캐릭터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이번 작품을 한 뒤 영화 연출에도 작은 욕심도 생겼단다. 최 감독은 “정말 힘들었지만 편집하면서 희열을 느꼈다”며 “앞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항상 하시거든요. 저도 그런 ‘필름 메이커’가 되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